사랑방과 오줌

2025-03-19

[전남인터넷신문]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이다. 봄이 되면 퇴비를 넣고 토양을 일구는 등 농사 준비로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비료가 많지 않아 인분이나 오줌을 모아서 사용했다. 그런데 부잣집에서는 땅이 많은 만큼 인분이나 오줌이 많이 필요한데 비해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는 사랑방을 운영했다.

백과사전에서 사랑방(舍廊房)을 검색하면 “사랑채라고도 하며, 한국의 전통주택에서 가부장의 생활공간이자 학문과 예술로 마음을 닦아 맑게 하고, 손님을 접대하며, 묵객들이 모여 담소하거나 취미를 즐기던 공간으로 양반 사대부들의 집에는 반드시 사랑채가 갖추어져 있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1970년대 이전의 시골 부잣집에서 사랑채는 밤이면 마을의 남자들이 모여서 새끼를 꼬거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던 방인데, 그 방을 마련했던 목적 중의 하나는 비료로 사용할 인분과 오줌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인분과 오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화학 비료가 저렴하게 도입될 때까지 작물 재배에서 중요한 비료로 사용되었다. 직접 밭에 시비하거나 퇴비를 만들 때 쌓은 낙엽, 짚에 넣기도 했다. 질소, 인산, 칼륨 등 식물의 3대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비료로서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옛날의 화장실에서는 분뇨가 퇴적되는 가운데 미생물의 작용으로 점차 액화가 되었다. 비료에는 이렇게 액화한 인분뇨를 사용했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나 이 시기가 되면 밭이나 논에 인분을 뿌려 놓아 특유의 냄새가 나는 곳들이 많았다.

그런데 인분이나 오줌의 비료 효과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오줌의 주요 성분은 요소(약 2%), 염화나트륨(약 0.6%), 황산이온(약 0.2%), 인산 이온(약 0.12%), 칼륨 이온(약 0.15%)이 있고, 이 외에 요산, 암모니아, 칼슘, 성호르몬, 비타민류 등이 미량 포함되어 있다.

비료로 유용한 성분으로는 요소, 인산, 칼륨이 있는데, 소변은 토양에 들어가기 때문에 요소는 토양 미생물의 작용으로 상당히 신속하게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암모니아는 그대로 혹은 세균의 작용으로 질산이 되어 식물에 흡수되기 때문에 질소 비료로서 유효했던 것이다.

요소 2% 용액은 0.33M에 상당하고, 모두 암모니아로 분해되면 암모니아 농도는 0.87M이 되어 직접 살포하는 액체 비료의 최적 농도의 거의 10~20배의 고농도가 되는데 토양에 살포하면 비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사랑방을 통해 오줌을 모으고, 이것을 농사에 사용한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었고, 이것은 농업문화의 한 단면이었다. 현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고, 관련 기록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방의 오줌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농업문화 유산을 찾고, 기록화하여 후손들이 다양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싶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