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사, 야구협회 홍보팀 직원, 원전 회사 엔지니어, 야구장 그라운드 키퍼, 선생님, 자영업자, 대학생까지. 8·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 K-베이스볼 시리즈 2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한한 체코 선수들의 본업이다. 마이너리거와 대학 야구 출신, 그리고 체코 리그 선수들이 뛰고 있지만 야구만 하는 선수는 없다.
체코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일본·호주·중국과 경쟁했다. 체코는 WBC 데뷔전이던 첫 상대 중국과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새 역사를 썼다. 이 승리로 체코는 내년 WBC에 예선 없이 본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체코 야구는 2026년 WBC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파벨 하딤 체코 감독은 9일 한국과 2차 평가전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에서 “WBC 수준에 맞는 플레이를 끌어올리는게 가장 큰 목표다. 지난 대회 이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대회에 베테랑들이 많았다면, 이번 대회에는 비슷한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며 젊은 팀을 꾸렸다. 체코는 야구 세계 랭킹 15위다. 4위인 한국과는 객관적인 전력 차가 크다. 8일 1차전 0-3 패배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딤 감독은 “능력있고, 젊어진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이번 일정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은 50~60% 정도다. 다 올라오지 않았는데 WBC가 다가오면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는 2026년 WBC에서 한국의 첫 상대다. 2023년 대회에서는 한국에 3-7로 졌던 기억이 있다.

체코 야구는 유럽에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 중이다. 올해 유럽선수권에서는 3위에 오른 ‘복병’으로 평가된다. 하딤 감독은 “멘털적으로 강한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 기회가 왔을 때 선수 개개인이 자기 역할을 해내며 기회를 놓치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팀의 방향성을 설명하며 “한국이나 일본, 대만은 체코에 비해 선수나 인프라, 팬들까지 야구적인 모든 면에서 훨씬 앞선 팀들이다. 이런 경기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대회에서는 그 경험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팀 전력에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나’고 묻는 질문에는 “딱 한 명을 말하긴 어렵다. 팀 전체에 수준 높은 선수들이 있고, 그 선수들이 하나가 된 조직력이 부럽다. (1차전에서는)1~5번 타순에 좌우로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상대하는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투잡’ 선수들이 뛰는 체코 사령탑 하딤 감독도 신경정신과 전문의다. 한 해 5주 주어지는 휴가를 이용해 대표팀을 지휘한다. 2023년 WBC 이후 두 번의 연장 계약을 통해 지금까지 왔고, 남은 계약은 내년 WBC와 프리미어12 예선까지다. “지금 같은 프로 레벨이 없을 때지만 어릴 때까지 야구 선수를 하면서 투수와 중견수로 뛰었다”는 하딤 감독은 사령탑으로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일본을 WBC 우승으로 이끈 구리야마 히데키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을 꼽았다.

체코가 내년 WBC에서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목표는 본선 직행 티켓이다. 그는 단순한 대회 1승에 그치는게 아니라 체코 야구 미래를 위한 도전임을 강조했다. 하딤 감독은 “WBC 승리는 팀 내부적으로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첫 번째로 좋은 성적을 내서 체코에 있는 많은 아이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게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준다. 두 번째로 그래서 다음 야구 세대에도 동기부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새로 합류한 젊은 선수들도 WBC 도전을 보면서 자라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우리 야구를 보며 체코에도 더 많은 야구팬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