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삼성SDS의 사내 게시판에 두 개의 글이 게시됐다. 지난 4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황성우 전 사장은 퇴임 인사를, 이준희 신임 사장은 취임 인사를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서 올렸다. 두 게시글에는 시스템통합(SI)기업인 삼성SDS가 그동안 겪어온 변화와 앞으로 놓인 과제가 고스란히 담겨 사내에서 화제가 됐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인사 발표 이후 사내 게시판에 ‘드디어 4년간의 삼성SDS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황 사장은 “그동안 회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긴 역사를 가진 삼성SDS의 근본을 살리고 예전에 여러가지 이유로 놓쳤던 기술과 사업의 핵심을 따라잡도록 나름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황 전 사장은 “돌이켜보면 연구만 하고 사업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이 회사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유로 많은 식구들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라며 “비록 모자랐지만 회사의 강한 미래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밀어붙였던 많은 결정들과 실행들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황 전 사장은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일본 IT기업 NEC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5년 고려대 전기전파공학부 교수로 취임했다. 7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2012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 원장까지 지낸 후 2020년 말 삼성SDS 대표에 선임됐다.
경력의 상당부분이 사업보다는 연구로 채워진 인물이지만, 생성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신사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2021년 삼성클라우드플랫폼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CSP) 사업을 확대해 국내 최대 규모로 기업 맞춤형의 클라우드와 보안서비스를 제공했다. 판교IT캠퍼스 역시 직원들이 꼽는 황 전 사장의 대표 성과다. 삼성전자 등 고객사 파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한데 모아 판교IT캠퍼스에서 원격근무를 할수 있게 만들어 ‘삼성후자’ 취급 받던 직원들의 사내 소속감을 높이고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황 전 사장은 “우리가 함께했던 노력이 가까운 미래에 결실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 회사의 발전을 기원하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내부거래 비중 낮추기 과제
이준희 신임사장도 지난 3일 취임사 격의 글을 올렸다. 이 사장은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IT와 통신 기술을 연구하였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사업을 추진해왔다”라며 “돌이켜보면 숨가쁘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매순간이 도전이었고 그속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전임 대표의 인사 말씀을 읽으며 회사의 변화를 위해 애쓰신 열정과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전임 대표의 업적을 이어받아 SDS를 최고의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미국 MI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후 200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로 합류해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맡았다.
삼성SDS는 삼성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신임 CEO가 향후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SDS의 내부거래는 86.5%로 경쟁사인 LG CNS(59.8%)보다 높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IT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클라우드와 물류 사업에 주력하는 동시에 생성AI 기반 데이터분석 등 신기술 분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한편 삼성SDS는 최근 이건희 선대 회장의 ‘애니콜 화형식’이 이뤄졌던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매수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경북 구미시 1공단로 구미1공장을 215억원에 매수하고 이곳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국내 5곳(서울 상암, 수원, 구미, 춘천, 동탄)과 해외 13곳 등 총 18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센터 추가 건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