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국내 공급망 구축 나서
중국 규제에 희토류 주가 폭등
희토류 전쟁 재점화에 새삼 조명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난주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강력 규제하고 나선 데 따라 관련 종목들이 폭등하는 가운데 제너럴 모터스(GM)의 선견지명이 새삼 월가의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 메이저들이 수 십년간 전기 모터부터 헤드라이트, 와이퍼 등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 조달을 중국에 의존한 상황에 GM이 지난 2021년 국내 희토류 자석 생산에 뛰어들었다.
중국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업체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앞으로 몇 달 이내에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내산 희토류 자석을 대규모로 직접 공급받는 자동차 업체가 될 예정이다.
4년 전 GM이 투자 결정을 내렸을 당시만 해도 위험한 도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우에 따라 상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과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데다 제품이 중국산보다 비쌌기 때문.
모든 추가 비용을 절감하려는 자동차 업계의 추세에 역행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선택이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미국과 중국이 궁극적으로 희토류의 자유로운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무역 협정에 도달할 경우 GM의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상황은 커다란 불확실성 속에 내린 결정에 우호적인 기류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에 보다 엄격한 규제를 도입,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해 해외에서 자석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수출 전에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한 것.
트럼프 행정부가 100% 추가 관세로 보복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측은 지난 주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규제를 유연하게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다. 자석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미 포드는 지난 5월 자석 부족으로 인해 시카고의 익스플로러 SUV 조립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미국 자동차 메이저들이 중국산이 아닌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장비를 주문하고, 새로운 자석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수 년이 걸린다.
2024년 봄 중국이 자석 공급을 단속했을 때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그 밖에 제조 업체들에게 경고음에 해당한다고 리비안의 최고경영자(CEO) RJ 스카링지가 지적했다.
중국산 희토류 자석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한 GM의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절정에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아시아 봉쇄로 인해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자동차 공장들은 문을 열어두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GM이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희토류 자석의 국내 공급망 구축을 결정했던 이유는 회복력 부족이 이보다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희토류 자석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GM은 독일 기반의 VAC에 접촉했다. VAC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저렴한 중국산 희토류가 홍수를 이룬 데 따라 대부분의 서방 업체들이 문을 닫았을 때 버텨낸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2021년 12월, VAC는 GM에 공급할 희토류 자석을 생산하기 위해 북미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릭 에셴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GM이 찾아와 '플랜 B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긍정적으로 놀랐다"고 말했다.
GM은 이와 함께 미국 최대 희토류 채굴 업체인 MP 머티리얼스로부터 자석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P는 희토류를 자석으로 변환하는 새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원했고, 이를 위한 소위 '앵커 고객'을 찾는 상황이었다.
WSJ에 따르면 VAC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신규 자석 공장은 연말 전에 가동될 예정이다. 대부분의 생산 물량은 GM에 공급된다.

GM은 이와 동시에 MP가 올해 말 첫 번째 자석 공장에서 상업적 생산을 시작할 때 생산되는 초기 물량을 대부분 확보할 예정이다.
신문은 GM이 수 십년 전 잃어버린 시장 입지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1980년대 GM과 일본 스미토모의 과학자들이 오늘날까지 지배적인 유형으로 쓰이는 희토류 자석을 발명했지만 GM은 해당 사업 부문인 매그네퀀치를 분사했다.
GM은 1995년 매그네퀀치에서 철수했고,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 따르는 환경적인 비용을 감수하며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했다. 매그네퀀치는 중국 국영 기업을 포함한 투자 그룹에 인수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을 낙관하는 이들은 GM의 결정에 여전히 냉소적이지만 업체의 경영진은 옳은 결정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선점자 이점'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한편 희토류 테마주는 가파른 오름세를 연출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 북부 지역에서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아라푸라 레어 어스(ARU:AU)가 10월13일 27% 폭등하며 2년래 최고치 기록을 세웠고, 라이너스 레어 어스(LYC:AU)와 일루카 리소시스(ILU:AU)가 각각 8%와 6% 선에서 랠리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