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 업계에선 아무리 작은 여인숙을 운영하더라도 “직원 3명부터 고용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루 24시간을 8시간씩 쪼개 교대 근무를 세울 때 필요한 최소 인원이 3명이다. 휴일에 휴가까지 고려하면 채용해야 할 인력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소규모 숙박업소는 최소 인건비를 빼고 나면 마진조차 남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2~3성급 숙박업소가 품은 고민을 해결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2019년 설립된 더휴식이다. 더휴식은 부동산 개발부터 시작해 호텔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호텔 위탁 운영 등 숙박업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호텔 브랜드 아늑을 보유해 전국에 60개의 아늑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7개의 호텔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다. 무작정 회사의 몸집만 키운 것은 아니었다. 더휴식은 창업 후 매년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10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입증했다.
김준하 더휴식 공동대표는 22일 인천 구월동 아늑 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주요 사업 결정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했기에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예상 매출 분석 시스템 개발해 호텔 수익성 검증
김 대표의 말처럼 더휴식은 IT 솔루션을 활용해 개별 호텔의 수익성을 검증한다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 2~3성급 중소형 호텔 시장은 업주 1명의 의사결정으로 업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개인의 감(感)에 의존한 사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휴식은 경영진의 주관적 선택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 분석으로 수익성을 따져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익성 검증의 일등공신은 더휴식이 직접 구축한 예상 매출 분석 시스템(ESAS)이다. ESAS는 더휴식이 호텔 개발용 부동산 매물을 평가하는 심사 단계에서 쓰인다. 더휴식은 전국 상권을 136개로 분류한 데이터망을 바탕으로 수익성 전망을 분석한다. 특정 상권 내 호텔의 객실당 매출 및 영업이익, 평균 객실 점유율, 지역별 공과금 체계 등이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 비용 대비 회수 가능 금액을 도출한다. 김 대표는 “한 달에 매입 문의 물량이 100개 정도인데 실제 계약하는 물건은 3~4개”라며 “모든 사업 요인을 자세히 뜯어본 후 통과한 매물만 호텔 개발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더휴식이 이처럼 상세한 분석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데이터 집적에 있다. 더휴식은 창업 후 5년 동안 누적 기준 248개의 숙박업소를 운영했다. 계열사 아이크루컴퍼니의 객실관리시스템(PMS)을 쓰는 업소는 1300여 개다. 직영 호텔은 물론 PMS를 통해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했다. 확보한 데이터는 전국 상권별 호텔 수급과 투자 비용을 정교하게 계산하는 데 쓰이는 자원이 됐다.

무인 관제 운영 솔루션은 더휴식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효자 IT 상품이다. 더휴식은 현재 전국 30개 호텔을 호텔리어 없는 무인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은 카메라가 달린 키오스크로 해결된다. 키오스크는 신분증 정보를 파악하고 카메라와 통신 연결된 중앙 관제 센터가 고객의 얼굴을 확인해 신분증 사진과 대조한다. 이를 통해 신분증을 도용한 입실을 막을 수 있다.
매출 관리도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실시간 매출을 집계하고 객실 예약률 등을 고려해 매일 숙박 가격을 달리 매기는 스마트 프라이싱 기능이 제공된다.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예상 매출과 숙박 가격을 비교하던 수고를 덜어낸 것이다. 무인 운영 솔루션은 인건비를 절감해 소규모 호텔의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월 200만 원 대의 서비스 이용료면 직원 3명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메리어트와 합작 호텔 브랜드 공개
철저히 수익 위주로 설계된 더휴식의 사업 모델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관심을 끌었다. 전 세계 최다 호텔 객실을 운영하는 기업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먼저 협업 의사를 물었다. 두 기업은 지난달 업무협약(MOU)을 맺고 합작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인천 구월동 아늑 호텔이 올해 12월 중 첫 합작 브랜드 지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내년 상반기 중 서울 홍대와 부산 해운대에 합작 브랜드 호텔이 들어선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글로벌 대형 호텔 기업이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서로의 필요·충족 조건이 딱 맞았다”고 답했다. 그는 “더휴식은 객실 50개 수준의 2~3성급 호텔을 주로 운영해 더 큰 규모의 호텔을 관리할 역량을 습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메리어트는 4~5성급 호텔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했지만 2~3성급 호텔 시장을 공략하려는 수요가 있어 이미 관련 시장에서 자리 잡은 더휴식과 협업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번 합작 브랜드 운영으로 더휴식의 호텔 사업 역량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러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메리어트 합작 브랜드는 PMS 등 호텔 관리 전반에 메리어트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최고 브랜드의 사업 역량을 직접 확인하고 배우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작 브랜드 출범은 글로벌 기업과 함께 협력하는 첫 사례인 만큼 이번 사업을 계기로 호텔 운영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또 다른 글로벌 호텔 운영 기업과 협업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메리어트에 필적할 만큼 이름있는 호텔 기업들과 지속해서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이 중 한 기업과는 합작 브랜드 등 꽤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직 더휴식이 글로벌 브랜드의 호텔을 위탁 운영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4~5성급 호텔 관리 계약까지 따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 목표는 해외 진출… 일본 사업 잰걸음
더휴식의 사업 성과에 대한 의의를 묻자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구만리”라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대신 그는 “전국에 숙박 시설이 2만 3000여 개 있다”며 “더휴식이 운영한 숙박업소는 248개로 아직 전체 시장 내 점유율이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더휴식의 최종 목표는 이 점유율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2%의 점유율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더휴식의 해외 호텔 사업 계획도 예고했다. 첫 공략 시장은 일본이다. 김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일본 출장길에 오를 정도로 일본 진출 잰걸음을 밟는 중이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프라가 상당히 발달해 더휴식의 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시장으로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출장 때마다 일본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현지 파트너사들과 만남을 이어오는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중 일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