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3시 24분쯤 경기도 파주 소재 육군 1군단 예하 포병 부대에서 실탄 대신 모의탄(폭발 효과 묘사탄)을 활용한 비사격 절차 훈련 중 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명(부사관 5명·병사 5명)이 얼굴·팔·허벅지 등을 다쳐 국군수도병원과 인근 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사흘 후 13일 인천 옹진군 대청도 소재 해병부대에서 해안선 정밀수색작전 임무를 끝내고 복귀하던 수송병 1명이 차량에 오르는 과정에서 운전석 거치대에 있던 자신의 총기가 격발돼 실탄이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위중한 상태로 응급치료를 받고 후송을 준비했지만 최종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에 대해 직접 지적한 이후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군에서 잇따라 총기와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방부 장관이 체면을 구기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급기야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라 9월16일부터 30일까지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실시한다. 소대급부터 모든 제대에 걸쳐 각 군 및 국직부대(기관)의 모든 군인과 군무원이 대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①항은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가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에서는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업재해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답은 명료하다. 군 조직이라는 특성상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의 경고에도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15일 주부무서인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산업재해 근절에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경영평가에서 안전 배점을 대폭 올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장은 해임 조처하기로 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에도 근로자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면 공공기관장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가장 강력한 조치다. 그러나 정작 인명사고가 많은 군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 병사는 제외돼 있다. 적용 대상은 군 간부·군무원과 공무직 근로자 등은 포함되지만 병사와 예비군 훈련 참가자는 제외된다. 현역 장병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인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7호에 따르면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제한되기 때문에 현역 장병은 임금 등 대가를 위해 근로하는 것이 아니고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된 사람들로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조계도 현행법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하다. 국가와 현역병은 고용관계가 아니기에 현역병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과 현역병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전쟁 등 위험한 일에 군인을 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군의 핵심 기능 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역 장병도 군 간부·군무원과 공무직 근로자 등 직업군인과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 만큼 합리적 차별 사유가 없다며 “현역 장병처럼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계층도 포괄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지난 2022년 5월 당시 육군 한 사단에 근무하는 현역 장병이 “현행 중대재해법 대상에서 병사가 제외돼 있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선변호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심리 중이다.
현역 장병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는 명확하다.
현역 장병의 복무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과 현역 장병의 급여는 ‘생계를 위한 임금’이 아닌 ‘병역의무이행에 따른 보상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이유로 현역 장병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판결은 ‘고용보호법’의 대상으로서의 근로자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판례에 따라 현역 장병을 근로자로 보지 않게 되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병역의 의무를 행한다는 이유로 현역 장병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책임을 면제해줘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별도의 법에서 군인 및 군내 구성원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법 조항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군은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자들의 안전 및 건강 보호에 대한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육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군에도 적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육군은 최근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의 군 적용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군에 적용할 경우 대상과 범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당장 최근 파주 포병부대에서 발생해 10명이 다친 모의탄 폭발 사고처럼 교육 또는 훈련 중에 발생한 일들도 대상이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내부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군사활동은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사작전이나 훈련 등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임무 수행의 위축을 가져오고 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사활동은 군사 작전과 훈련,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활동 등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또 군의 임무 수행을 위한 시설 환경에 해당하는 군용 항공기, 군함, 군사시설은 민간의 것과 목적과 운영 방식이 상이하고, 국가 보안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시 군 내부적으로 별도의 규정을 신설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항공안전법과 선박안전법 등에서는 군용 항공기와 군함을 법 적용 예외로 두고 있다.
군사 선진국은 군사활동에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 게 대체적 모습이. 미국은 군사활동 중 중대재해 발생 시 일반산업안전보건법(OSHAct)에 따라 행정처분(과태료)만 부과한다. 최대 7000달러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된다.형사처벌(징역형)은 전혀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 등 유럽연합(EU)는 산업안전보건기본지침을 통해 군사활동에 대해 법 적용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동시에 군은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자들의 안전 및 건강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도 만들었다.
김미희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일반 산업현장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까지 면책할 필요는 없지만 군 본연의 임무인 국가의 주권·영토 보호를 위한 활동에는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서 별도로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각군 고유의 특수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이를 반영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후속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