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新 재벌 혼맥
재벌가 결혼 이야기, 이번엔 ‘스·드·메’에 얽힌 사연입니다.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을 가리키는 스드메는 요즘 결혼식에서 단연 뉴스거리입니다. 가격 횡포가 심해 정부가 칼을 빼 들고, 정치인이 ‘비용 지원’을 약속할 정도지요. 재벌가는 어떻게 다를까요? 가장 공을 들이는 절차는 무엇인지, 대물림하는 장신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중앙플러스에서 알아봤습니다.
“삼성은 계산법이 다르다. 값을 (여느 집안보다) 1.5배, 많게는 두 배로 쳐준다. 대신 최고의 퀄리티여야 한다. 현대가(家)는 반드시 밥을 먹여서 보낸다. 자손이 많은데, 어느 곳에서든 집사가 따라붙어 따로 식사를 챙겨준다. 일정이 빠듯하면 떡이라도 싸준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계약한 금액에서 깎아 달라는 곳도 있다.”
재벌가의 ‘스·드·메 문화’를 묻자 경력 20년 이상의 한 사진 작가는 돈 얘기부터 꺼냈다. 집안마다 내려오는 문화가 어김없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최고 대우로 최고 성과를”(삼성), “밥상머리 교육이 먼저”(현대)라는 오랜 세월 각 기업에 뿌리 박힌 경영 컬러가 연상된다. 그가 겪은 A재벌 집안 얘기다.
삼성은 최고 대우, 현대는 밥 안 굶겨
장소는 서울 도심에 있는 특급 호텔. 꼼꼼하게 장비를 챙겨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다른 사진 촬영팀도 같은 곳에서 짐을 풀고 있었다. 알고 보니 A기업 오너 측에서 두 팀을 따로 불러 놓고 “좋은 사진을 선택하겠다”고 한 것. 협력업체에 가격이나 품질을 비딩(입찰)시키듯 사진 촬영도 비슷하게 진행한 셈이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내내 긴장해서 셔터를 눌렀다. 사모님이 나중에 사진을 보더니 만족해 하면서 ‘(세월이 지나) 손녀 돌잔치 때까지 같이 가자’고 하더라. (경쟁에서) 진 팀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대기업 오너들이 그만큼 사진과 영상 기록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전문가 역시 냉혹하게 평가받는다는 뜻도 된다. 사실 A회사는 재계에서 ‘짠돌이 경영’으로 이름이 나 있다.
“너무 비싸다” 가격 흥정하는 재벌도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의 준말인 ‘스·드·메’는 결혼식 때 챙기는 ‘기본 3종 세트’다. 견적 가격이 워낙 높은 데다 옵션에 따라 널뛰기가 심해 일반인 예비부부 사이에선 ‘갑질 세트’로도 불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비부부가 결혼식 스드메 패키지에 부담하는 비용은 평균 414만원이었다. 지난 4월 16~30일 전국 520여 개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를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다.

더중앙플러스가 상류층 전문 웨딩컨설팅 업체, 커플매니저, 사진 작가, 헤어·의상 디자이너 등에게서 취재한 결과 재벌가 결혼식에서 스드메 비용은 최고급 기준으로 7500만원 선이었다. 일반인과 최고 18배가 벌어지는 셈이다.〈그래픽 참조〉
재벌가는 사진 촬영 장소부터 남다르다. 유명 골프장은 물론 전세기를 띄워 해외로 날아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