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라면·과자서 전통주까지… 우리 밀의 매력에 빠지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2024-12-26

정부, 국산 밀 산업 육성 ‘온 힘’

2024년 19개 업체 ‘제품화 패키지 사업’

신제품 출시·판매처 발굴 등 지원

전문 생산단지 100곳으로 확대도

“외국산보다 단백질 함량 높아 쫄깃”

그레도 제빵사 ‘신성밀’ PB 출시

명랑핫도그 우리밀 신제품도 인기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그레도 제빵사’. 2018년 젊은 제빵사들이 힘을 합쳐 지역 맛집으로 키워낸 이 빵집에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이 한창이다.

국산 밀을 이용한 ‘우리 빵’을 만드는 것. 국산 밀은 일반적으로 제빵에 쓰이는 수입 밀보다 다루기 어렵고 뭉쳐지지 않는 성질도 있어 선호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레도 제빵사는 우리 밀로 만들면 기존 빵과 달리 찰지고, 수분이 많아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레도 제빵사는 올해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해 12종을 출시했고, 소비자 반응을 살펴가며 상품군을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비무장지대(DMZ) 청정지역에서 수확한 밀을 매월 단위로 제분한 밀가루 자체 브랜드(PB) 상품 ‘그레도 신선밀’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레도 제빵사 김진성 대표는 “국산 밀가루의 가격은 경쟁 품목과 비교했을 때 20㎏ 한 포대 기준으로 2∼3배 비싸다”면서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매장에서 상품 개별 생산비로 분석해보면 극복하기 어려운 금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밀로 만든 빵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특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살려 어필하면 소비자를 공략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간식으로 잘 알려진 ‘명랑핫도그’(명랑시대외식청년창업협동조합)는 얼마 전 우리 밀을 이용한 신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 K핫도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핫도그의 재료 대부분은 수입산인 게 현실이다. 명랑핫도그는 ‘K핫도그’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 밀과 국내산 원료로 냉동 제품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국산 밀가루가 외국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식감이 쫄깃하다”고 밝혔다.

국산 밀은 이처럼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빵과 면, 과자, 떡볶이 등은 물론이고 전통주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수입산과 비교해 물성과 식감이 달라 활용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 품종 개량과 제품 개발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 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직불제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9개 업체를 대상으로 ‘국산 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신규로 추진된 이 사업은 국산 밀 신제품을 개발·판매하고자 하는 식품·가공업체와 제과·제빵업체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했다.

농식품부는 국산 밀 소비량의 확대 가능성, 비건·고단백 등 국산 밀 시장의 고품격화, 할랄 인증 등을 통한 수출시장 개척 등을 감안해 이들 19개 업체를 선정하고, 제품화를 적극 도왔다.

제품 지원 품목을 살펴보면 라면과 베이커리, 탁주, 만두, 떡볶이 등 다양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출시되는 다양한 국산 밀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처 발굴, 홍보 지원, 박람회 개최 등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한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업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이 수입 밀가루보다 단가가 비싼 탓에 업체 입장에서는 우리 밀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는데, 정부가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면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가 펴낸 ‘2024년 국산 밀 산업 육성 시행’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2021년 169억원에서 2022년 242억원, 2023년 403억원, 2024년 5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다.

국산 밀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시장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19개 업체의 제품화를 지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국산 밀 전문 생산단지를 100개로 확대해 기반을 조성하고, 우량 종자 할인 공급 및 시설·장비 지원 등 혜택도 강화했다.

국산 밀 생산의 증가 추이를 감안, 공공비축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올해는 전년(1만9000t)보다 6000t 증가한 2만5000t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략작물 직불 단가가 인상되면서 밀은 ㏊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랐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정책적 지원으로 국산 밀 생산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산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해 소비와 생산, 유통 각 분야에서 다각적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공동기획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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