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식품업계 저당 전쟁이 본격화됐다. 연 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저당 시장을 두고 주요 기업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내세운 제품을 쏟아내며 ‘불황형 소비’를 넘어선 생존 전략으로 저당을 활용하고 있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당 시장은 2016년 903억 원에서 2023년 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저당 브랜드 대표 주자인 롯데웰푸드는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제로(ZERO)’를 통해 저당 시장 공략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2022년 5월 론칭한 제로는 같은 해 하반기 매출 160억 원을 올린 데 이어, 2023년 400억 원, 2024년 500억 원 이상 성장했다.
누적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매출 중 약 10%는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로 초코파이는 출시 50일 만에 600만 봉이 판매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동원홈푸드는 B2B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2020년 자체 소비재 브랜드 ‘비비드키친(VIVID KITCHEN)’을 론칭하며 B2C(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30년 넘게 축적한 R&D 역량을 기반으로 한 저당·저칼로리 소스 제품군은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비드키친은 출시 4년 만에 연평균 약 19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월평균 생산량도 초기 30~40톤에서 160톤 이상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비드키친은 저당 돈까스 소스, 저칼로리 굴소스·마라소스, 샐러드용 드레싱 등 20여 종 이상의 제품을 운영 중이다. 최근 김치, 고추장 등 한국의 발효식품을 활용한 저당 소스를 앞세워 수출에도 나섰다.
빙그레는 지난 1월 저당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 ‘딥앤로우(Deep&Low)’를 론칭했다. ‘맛은 깊게, 당은 낮게’라는 콘셉트로 1개당 당류를 2.4g 수준까지 낮췄고, 알룰로스를 활용해 당 부담을 크게 줄였다.
오뚜기는 최근 저당·저칼로리·저지방 제품의 통합 브랜드 ‘라이트앤조이(LIGHT&JOY)’를 론칭했다. 기존 저당 케첩, 돈까스소스, 황도·백도 통조림, 쨈 등 13종 제품을 시작으로 연내 2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업계도 저당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CU는 저당·고단백·항산화 등 기능성 간편식 매출이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다. GS25는 ‘저당 아이스크림’ 카테고리에서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1%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은 디저트39와 협업해 저당 케이크, 프로틴 스낵 등 ‘다이어트 간식’ 시리즈를 선보이며 2030 고객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저당 트렌드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음료 시장 중심으로 커진 무설탕, 저당 제품 시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무설탕, 저당 신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제로 음료처럼 시장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체당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건강한 식생활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기업들도 앞다퉈 저당저염 제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소스류 뿐만 아니라 음료, 간편식, 냉동식품 등의 식품 카테고리에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