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의 청명상하도 두 폭

2025-10-13

연휴이던 7일 베이징 자금성의 오문(午門)을 올랐다. 어렵게 예약한 고궁박물원 개관 100주년 기념전 ‘백년수호-자금성에서 고궁박물원까지’를 관람했다. 오는 12월 30일까지 황제의 컬렉션 중 엄선한 명작 200점을 전시 중이었다.

먼저 전시를 마치는 작품도 있다. 송나라의 서예가 황정견(黄庭堅)이 초서로 남긴 제상좌첩(諸上座帖)과 동진 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은 오늘까지 전시한다. 15일부터는 당나라 이백(李白)의 상양대첩(上陽臺帖)을 선보인다. 원나라 황공망(黃公望)의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를 모사한 명나라 심주(沈周)의 작품도 함께다. 부춘산거도 진본은 현재 둘로 나뉘어 타이베이와 저장성 박물관이 나눠 소장하고 있다.

이날 최고 인기는 단연 송나라 화가 장택단(張擇端)의 청명상하도(清明上河圖)였다. 일반공개는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작품 앞에서 30여분을 기다려 감상했다. 유명세에 지금은 저녁 8시 온라인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이다. 예약에 성공해도 입장부터 관람까지 3시간 줄서기는 예사라고 한다.

작품은 명불허전이었다. 11세기 변경(汴京, 허난성 카이펑·開封)의 겨울·봄·여름 일상이 폭 24.8㎝ 길이 528㎝ 긴 화폭에 정교하게 펼쳐졌다. 주융(祝勇) 고궁문화전파연구소장은 “814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귀족은 많지 않고 하층 서민이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진품 옆에 또 다른 청명상하도가 눈길을 끌었다. 1950년대 베이징 유리창(琉璃廠)의 화원 영보재(榮寶齋) 화가였던 펑중롄(馮忠蓮, 1919~2001)의 작품이라는 설명이 보였다. 고궁이 제공한 진본을 보고 그린 모본(摹本)이다. 1962년 시작한 작업은 1980년에야 완성됐다. “십년간 칼을 갈았다(十年磨一劍)”라는 시구의 두 배인 20여년을 한 폭 그림에 바친 셈이다.

개관 10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에 모본을 전시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다만 복제품도 명작의 경지임은 인정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초청을 받아 고시계·서화·가구 등을 복원하는 자금성 현장을 취재했다. 훼손이 심한 옛 그림을 되살리려면 모방은 필수 기술이자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했다.

자금성은 11세기와 20세기 청명상하도 두 폭을 나란히 걸었다. 모사품도 진품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챗GPT와 딥시크, 엔비디아와 화웨이의 GPU가 머릿속에 겹쳤다. 초격차라면 중국을 따돌릴 수 있다는 논리조차 안이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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