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크론병 환우회 공동 설문 조사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도 2명 중 1명 이상(54.6%)이 혈변이나 설사, 경련성 복통 등의 신체 증상을 여전히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궤양성대장염환우회인 UC사랑회와 크론병환우회인 크론가족사랑회는 국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처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환자 399명(궤양성대장염 202명, 크론병 197명)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신체 증상과 함께 50.9%는 불안감, 우울감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했다. 특히 설사를 경험한 환자의 89.4%, 경련성 복통 경험 환자의 77.8%, 불안감·우울감 경험자 61%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감을 호소했다.
또한 염증성 장 질환 환자 10명 중 2명(17.8%)은 다른 면역 질환을 진단받았다. 아토피피부염 진단 비율은 7.8%로 일반 유병률(1.88%)의 약 4배, 건선 진단 비율은 4.3%로 일반 유병률(0.3%)의 약 10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면역 질환 진단율은 류머티즘 관절염 3%, 강직 척추염 2.3%, 건선성 관절염 0.8%, 화농성 한선염 0.5%, 루푸스 0.3%였다.
궤양성대장염환우회인 UC사랑회 이민지 회장은 “환우회에서 활동하거나 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강직 척추염과 같은 질환을 같이 진단받았다는 환우를 종종 만난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아토피피부염, 건선과 같은 피부 질환을 같이 진단받은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염증성 장 질환자는 다른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이 같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의료진과 상담 시 자신의 상태를 잘 설명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치료 목표는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41.4%),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31.8%), 증상이 사라지는 것(8.8%), 점막 치유(6.8%)였다. 이를 위해 짧은 진료 시간이지만 의료진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치료 목표를 진료 때마다 소통한다는 답변은 26.3%에 그쳤고, 소통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1%로 더 많았다.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치료제 선택 시 환자 10명 중 4명은 의사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치료제 정보를 접하는 출처에 대한 신뢰 수준은 의사(45.9%)가 가장 높았고, 환우회(29.3%), 인터넷·검색엔진(12.3%) 순이었다. 크론가족사랑회 김정은 회장은 “환자들이 치료로 이루고 싶은 것은 단순히 질병 해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 질환 특징상 그들도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관해 장기 유지, 정상적인 삶이 치료 목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복약 편의성 높은 먹는 약 선호도 높아
그렇다면 치료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치료제를 선택하거나 변경할 때 의사와 충분히 논의했다고 인식하는 환자(53.4%)는 그렇지 않은 경우(36.4%)보다 치료 만족도가 높았다. 또 설사, 혈변, 경련성 복통, 우울감, 불안감 같은 증상이 없을 때(64.2%)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36%)보다 치료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중증 환자가 처방받는 생물학적 제제, 경구용 JAK억제제, S1P 수용체와 같은 최신 표적 치료제를 쓰는 환자의 치료 만족도(53.6%)가 경증~중등증에 사용하는 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기존 약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만족도(42.6%)보다 높았다. 약물 투약 방식 선호도에 대한 조사에선, 최신 표적 치료제에 대한 경험이 없는 환자가 해당 약제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를 선호하는 환자가 대다수(81.9%)였고 정맥 주사(10.6%), 피하 주사(7.5%)가 뒤를 이었다. 이 회장은 “환자 개별 질병 상태와 사회 경제 활동 상황 등을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