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가운데 복지 확충을 위한 재정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후보자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발간된 저서를 통해 한국형 기본소득 및 기본주택 제도를 골자로 한 포용적 재정 운영을 제안했다. 한국형 기본소득의 경우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국가가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되 일자리 지원을 통해 기본소득 이상이 생기면 지원을 중단하는 형태다. 한국형 기본주택은 주거할 주택이 없는 국민에게 국가가 공공주택 등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구 후보자는 각계 전문가 8명과 함께 지난 3월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이란 책을 공저했다. 구 후보자는 10개 챕터 중 ‘포용적 혁신 재정 : 국가발전+국민행복 달성’을 집필했다.

이 챕터를 보면 구 후보자는 AI 집중 투자 등 혁신적 재정 운영을 통해 국부가 늘어나면 세금도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세금이 늘어나야 지속적으로 포용적 재정 운영, 즉 복지 확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 후보자는 특히 포용적 재정 운영의 핵심 이슈로 한국형 기본소득 제도 및 기본주택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구 후보자가 밝힌 한국형 기본소득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수입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주는 일반적인 기본소득 제도와 구분된다. 구 후보자에 따르면 한국형 기본소득 제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소득(기본소득)을 꼭 확보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령 4인 가구가 한 달에 필요한 수입이 2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의 어떤 가구든 월 200만원의 수입을 확보하도록 국가가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4인 가구 200만원이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3인 가구는 150만원, 2인 가구와 1인 가구는 각각 100만원, 5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책정한다. 수혜 가구는 기존 복지 시스템은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국가가 일정 소득을 무조건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직업훈련, 기술교육 등을 시키고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며 △취업을 시켜 (해당 가구에) 기본소득 이상이 생기면 △국가가 지원을 중단하는 4단계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구 후보자는 저서에서 “국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는가 여부에 따라 국가의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제도”라면서 “만약 국가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모든 가구가 일자리를 가져서 기본소득 이상의 소득을 받도록 한다면, 국가 지원은 영(제로)이 돼 명실공히 국가가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후보자는 이 제도 정착을 위해 복지청과 일자리·직업훈련청 신설도 제안했다.

구 후보자가 제안한 한국형 기본주택의 경우 일정 규모의 공공주택을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이면 25평형, 3인 가구는 20평형, 2인 가구 15평형, 1인 가구 10평형 등 일정 규모의 공공주택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해 주자는 취지다. 그는 “가급적 민간 주택 공급을 확대해 자가 소유 주택자를 늘려 나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제안이 단기간에 현실화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정부가 복지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AI 3대 강국 진입 등 성장 전략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기본 시리즈와 거리를 뒀고, 공약집에서도 기본소득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면 (후보자가) 이 부분에 대해 답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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