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즉생”…‘독한 삼성인’ 메시지 던졌다

2025-03-17

임원들 질책한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3분 분량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이 회장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그가 강조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됐다.

영상에서는 현재 삼성이 놓인 상황에 대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닥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선도해야 할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으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라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반도체 D램의 글로벌 점유율은 42.2%에서 2023년 41.5%로,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TV,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전장·오디오 부문 자회사 하만의 디지털 콕핏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버팀목 같은 반도체 사업에선 미국의 엔비디아, 대만의 TSMC, 한국의 SK하이닉스가 주도한 인공지능(AI) 붐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됐다. 영상에서는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를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콕 찝어 질책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술 ▶인재 양성 ▶성과주의를 강조했다. 먼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그간 강조해온 기술 중심 경영을 다시 언급했다. 이 회장은 2022년 복권 후 처음 찾은 경영현장이던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서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라며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사철이 아닌데도 최원준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깜짝 인사를 냈는데, 향후 이같은 수시 인사가 더 잦아질 가능성도 있다.

영상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도 소개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도 나왔다. 현재 한국이 놓인 글로벌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 전체 사장단 세미나에 공개한 신년메시지 영상을 이번 임원 세미나에 다시 공유한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달 말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전 계열사 대상 세미나는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 내부 인사 3명과 외부 경영학 교수 2명이 강사로 나섰다.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를 마친 한 임원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공유할 수 있던 자리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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