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스타트업 정보의 숲, 혁신의숲은 무엇을 바라보나

2024-10-28

대략 3년 전에, 마크앤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이자 액셀러레이터가 ‘혁신의 숲’이라는,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을 만든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때, 마크앤컴퍼니 창업자인 홍경표 대표와 이 회사 창업멤버 중 한 명인 장혜승 이사를 초대해서 인터뷰를 했더랬다. 아니,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은 이미 여럿 나와 있는데 여기에 왜 또 하나의 경쟁 모델을 더 하려고 하는지, 다 떠나서 투자사는 알짜 회사의 정보를 독점하고 싶지 않을까? 굳이 이런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렇게 데이터베이스르 모아서 나중엔 뭘 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려고 말이다.

[관련기사: VC를 위한 쇼핑몰, 마크앤컴퍼니]

게다가 그때는, 혁신의숲이라는 스타트업 정보 제공 플랫폼이 제대로 자리 잡을지 그 여부도 불투명한 때였다. 예상과 달리(?) 혁신의숲은 꾸준히 성장했다. 스타트업 정보가 필요할 때는, 나도 혁신의숲에 들어가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이후로 3년. 28일 혁신의숲이 ‘문 연지 3년’을 기념해 여러 숫자를 공개했다. 대략의 숫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회원 수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 스타트업 정보 조회수 약 600만건 기록 예정

– 등록 스타트업 수 1만500개, 투자사 회원 수 5412개

– 보유 데이터 수 391만2394개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때 홍경표 대표는 이렇게 말을 했었다. “아무리 큰 나무도 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다.” 혁신의숲이 스타트업이라는 나무들의 숲을 만들어 내는데 어떻게 역할을 해왔다고 지금은 얘기할까? 28일, 견실하게 성장한 3주년을 기념해 3년 만에 다시 홍경표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냈고, 그간 지켜본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어땠는지. 스타트업 데이터와 투자는 어떤 관계이고,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려는지와 같은. 그러니까 3년 후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돌아보기 위한 또 하나의 징검다리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액셀러레이터인 마크앤컴퍼니에서 혁신의 숲을 시작한 이유는?

정보 비대칭 때문에 시작했다. 좋은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꽤 많이 들었는데 “스스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시작했는데, 3년을 해오면서 느낀 거는, 스타트업이 자신들을 알리려는 욕구가 상당하다는 거였다. 투자자들이 알아야 투자를 검토할테고, 사람을 채용할 때도 우리 회사를 알아야 인재들이 오지 않겠나. B2B 세일즈를 할 때도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를 상대편에서 찾을 수 있어야 신뢰가 갈텐데, 각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알리는 작업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 매번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어디에 알려야 할지도 몰라 하기도 하고.

반대로,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이 일이다. 대기업도 협업하고 싶은 회사를 찾기 어렵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건 구직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처음에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좋은 회사를 추천’하는 걸로 풀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더 많은 사용자들이 정보에 목말라했다는 걸 깨달은 3년이었다.

혁신의숲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결과를 놓고 비교한다면, 예상했던 부분과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원래 예상했던 것은 ‘투자자들이 좋아하겠구나’였다. 그런데, 오히려 스타트업이 훨씬 더 좋아하더라. 그게 생각과는 달랐다. 오히려 스타트업은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훨씬 좋아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회사를 알리고 싶은 니즈가 있다는 걸 느꼈다.

3년 간의 지표를 보아왔다는 것은 그간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흐름을 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 흐름이 어떻다고 진단하나?

투자는 여전히 어렵다(웃음).

투자 생태계가 딱 힘들어졌을 때, 그때 혁신의 숲을 시작하지 않았나

그렇다. 2021년~2022년에 투자가 정점을 찍다가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혁신의숲을 2021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정점을 딱 찍고 내려갈 때 쯤이다. 정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잘 성장하는 분들에게는 기회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런 분들이 왜 투자 받았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투자의 테마가 바뀌고 있는 흐름도 보인다. 2021년에는 플랫폼이 한창이었지만 이제는 제조나 딥테크로 넘어가는 모습도 데이터로 보인다. 기업들도 덩치를 확 키우는 스케일링 전략에서, 이제는 실익을 따져가며 성장하는 쪽으로 많이들 움직이고 있다. 그게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제조와 딥테크 외에, 또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나?

화장품이다. 데이터를 보고 준비를 했는데, K뷰티 브랜드들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더라.

최근에 마크앤컴퍼니에서 화장품 펀드를 결성하지 않았나?

이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었고, (투자를 할) 타이밍이 보였다. 데이터가 잘 보이는 영역이 소비자이기도 하니까, 이 쪽 펀드를 작년부터 준비 했다. 그랬는데 올해 들어 화장품 업계에서 인수합병(M&A) 건들이 빵빵 터졌다. LG생활건강이 힌스를 인수했고,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어뮤즈를, 조선미녀의 구다이글로벌이 티르티르를 인수했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고, 화장품이 K 콘텐츠와 K 팝과 함께 K 뷰티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잡히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들도 올라오고 있다. “이런 때가 올 것”이라는 타이밍에 맞춰 마크앤컴퍼니가 잘 준비하고 있었고, 그렇다 보니 펀드를 결성하기 어려운 시기에 (자금을) 빨리 잘 모을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 그래도 혁신의숲이 마크앤컴퍼니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묻고 싶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미리 준 것 같다

그래서, 데이터 기반 투자라는 형태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다양한 툴도 만들고 있다. 성장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 산업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게끔 하는 툴이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 기반 투자를 할 생각이기도 하고.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데이터로 트렌드가 올라올 때는 이미 투자하기 늦은 상황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미 유행하고 나면 창업하기 늦은 것처럼.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20만개 정도의 기술 창업이 발표된다(기자 주: 2023년 기준으로 기술기반 창업은 22만1436개). 사람이 과연 이 22만 개의 정보를 다 알 수 있을까? 어려울 거다. 우리는 지금 22만개까지는 다 못 가지고 오지만,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전월 대비 혹은 3개월 전 대비 어느정도 성장하고 있는 지를 판단한다.

그러면, 그 중에서 의미있는 숫자를 추려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므로, 성장하는 기업들을 묶어놓으면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런 산업을 주목해서 바라보는 형태가 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인간이 다 볼 수 없는 산업 영역을 우리가 기술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이 분야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해” 혹은 “이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해”라고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다. 지금이 그 시작점이고.

이 플랫폼이 잘 되려면 데이터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을 사용하나?

추정 데이터를 많이 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추정하는 데이터의 모수다. 얼마만큼의 추정 모수를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통계학적으로 해석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일례로, 선거 때 조사를 봐도 당일 출구조사와 사전 여론조사의 정확도에는 큰 차이가 난다. 왜냐? 모수의 차이 때문이다. 모수가 적으면 오차 범위가 크다. 혁신의숲은 사용자나 월 거래액 같은 경우 추정 모델을 쓰는데, 모수가 1000만 이상이다. 결코 적지 않은 모수인데, 인구가 5000만명이라면 1000만이면 20%에 달하는 수치다. 어떤 경우는 추정 모수를 2500만까지 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정확도가 높다.

그렇지만, 숫자를 정확히 맞추느냐 물어보면 “아니다”라고 답한다. 숫자가 얼마, 이렇게 정확히는 못 맞춘다고 말씀 드린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성장’이다. 전월 대비, 전전월 대비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매번 (데이터를 측정할 때마다) 기준을 동일하게 하기 때문에, 이번달과 지난달의 측정 기준이 같다.

만약 숫자가 현실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숫자의 방향성, 흐름은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정확하게 이 숫자가 32만4343이라는 걸 맞춰보라고 하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30만 정도 되는 수준에서 지난달 20만에 비해서 50% 성장해 30만 정도가 됐다는 정도는 맞출 수있다. 그걸 경향성이라고 보고, 경향성은 거의 90% 이상 비슷하게 맞춘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어느 시즌에 우리 회사만 갑자기 매출이 빠진 것 같으면 불안한데, 나와 유사한 업체들의 매출을 확인하고 다 빠졌다는 걸 보고 나면 이게 경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디 한 군데만 성장했을 경우에는 그 회사가 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이나 사업을 찾아보면서 자신들이 놓친 부분을 저 회사는 어떻게 해결했구나를 판단해 볼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데이터를 제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하는 거다.

추정모수는 어떻게 많이 모았나?

영업 비밀이다(웃음).

정확한 기업 정보가 노출되는 것에 불편해하는 곳들은 없나? 부담스러워 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그렇지만 원칙이 “데이터를 가리지 않는다”는 거다. 정보 비대칭으로 회귀할 순 없지 않나? 다만, 현저하게 (수치가) 다르다고 정정 요청을 하면서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대기업,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한 솔루션도 강조하고 있는데

마크앤컴퍼니가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하다보니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도 많이 하고 있다.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좋은 기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모집공고도 많이 올렸는데, 하다보니까 그런생각이 들더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광고를 보고 인입되는 것보다는, 언제든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더 좋겠다고. 파편화된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공모를 통해서 모집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협업 모델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가 되게 어렵다. 좋은 회사를 추천해달란 말 속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 만한 회사를 찾아달라’는 뜻이 있는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를 말하는 거다. 그런데 그 정도 사이즈가 나오는 스타트업은 (협업 하려는 풀에) 안 들어온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는 일은, 모빌리티 자율주행을 하는 회사에서 협업할 회사를 찾고 있다면, ‘데이터를 분석한 후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추려서 기업들한테 제공하는 것’이다. “이 회사들을 찾아가서 만나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시라”고 권한다. 그렇게 그분들을 끌어들여야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 될 거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하는 ‘그로스 브릿지(Growth Bridge)’ 역할이다. 성장하는데 브릿지 역할을 데이터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제 제일 중요한 질문이다. 혁신의숲으로 돈을 버나?

돈을 벌어야 한다(웃음). 물론, 지금도 벌고는 있다. 그렇지만 (핵심 서비스인) 스타트업 데이터는 여전히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선 목적이 있어서다. 힘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그럼 무엇으로 돈을 벌려 하나?

일단 (마크앤컴퍼니의 본업인) 투자도 열심히 잘 하고 있다. 아까 말한 ‘그로스 브릿지’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대기업에 좋은 기업들을 연결하는 것은 원래 오프라인에서 하던 사업 모델을 온라인화시키고 있는 거다. 이런 데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또, 스타트업 정보 제공 측면에서 일부 유료화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수준의 데이터는 계속해 무료로 가더라도,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추가적인 (유료화 가능한) 데이터가 더 많이 있다.

더 깊이 있는 데이터가 나올 게 있나?

그렇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까지 보여드리려고 한다. 소비자를 분석할 때, 매출이 있는 곳은 구매 데이터로 분석하는데 매출 없는 곳은 어렵다. 예를 들어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접속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추정은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그걸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20대 여성이 많이 들어오는지, 40대 남성이 많이 들어오는지.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에서 사용성이 높은지와 같은 깊이 있는 데이터를 더 준비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방문자 수, 소비자 거래 데이터, 투자 유치 자금 등 여러 데이터를 공개하는데, 그 중 어떤 데이터가 지표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나?

학계에 있는 박사님과 논문을 함께 준비 중에 있다. 의외의 것들이 좀 나오고 있는데, 사용자나 거래 데이터는 B2C 영역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B2B이거나 제조 영역에서는 그런 데이터가 잘 안 잡힌다. 그래서 의의로, 분석 결과가 좋았던 부분이 ‘입사자와 퇴사자’다. 여기에 매출의 증감, 재무 상태의 증감을 결합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가를 항상 본다. 우리가 하는 행동, 사업, 투자, 액셀러레이팅,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의숲을 모두 포함해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일들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만들고 그 성장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귀결된다. (그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그 미션과 비전에 따라 움직일 것 같다. 이 일이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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