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北관광 추진하는데…사진 한장 잘못 찍어도 '형사처벌'

2025-08-20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카드 중 하나로 북한 개별 관광 허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2년 전 '관광법'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당국의 통제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은 '탐지 행위'를 금지했는데, 찍는 대상에 따라서는 사진 촬영도 탐지 행위로 간주하는 등 북한 당국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북한 관광법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자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관련 법·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8월 관광법을 제정했으며, 9장 78조에 17쪽 분량이다. 법은 북한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의 권리와 의무, 관광 관련 조직 등 관광업 관련 기본 원칙과 제반 규정 전반을 다루고 있다.

관광객이 지켜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16조는 "자의대로 정해진 관광구역을 벗어나거나 관광단체를 이탈하지 말 것(8항)" "국가, 군사 비밀을 탐지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4항)" "개인건강자료와 신분관계를 여행사에 정확히 알려줄 것(7항)" 등 구체적인 의무조항을 나열했다.

법은 관광객들이 이런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북한 돈 1만원~10만원(공식환율 기준 100~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이 법을 어긴 행위가 범죄에 이를 경우 형법의 해당 조항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76조)"는 조항을 넣어 관광객 체포나 구금, 기소, 재판, 수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사 처벌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특히 16조 4항이 금지한 탐지 행위는 북한 당국의 해석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북한 관련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노출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 당국의 정책 기조로 미뤄 사진 한 장만 잘 못 찍어도 당국이 이를 문제삼아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북한이 외국인을 억류할 때 형법 위반을 덮어씌운 전례는 이미 다수 존재한다. 북한은 2016년 1월 관광차 평양을 방문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체제 선전물을 훔쳤다며 국가전복음모죄(형법 60조)를 적용해 노동교화형 14년을 선고했다. 또 2013년 10월 평양에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와 2014년 10월과 12월에 각각 북한에 억류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의 경우에도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형법 64조)', '비법국경출입죄(형법 221조)' 등의 명목으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북한이 호응할 지도 미지수지만,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허용에 앞서 한국인 관광객의 안전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법은 관광객이 '통제구역'을 벗어나는 것도 금지했는데, 앞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숨졌을 때도 북한은 박씨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하면서 박씨가 실제로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은 관광업 전반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법에 명시했다. "국가는 관광정책의 작성, 시달, 집행, 총화 등 관광 관련 모든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 지도하도록 한다"(7조)면서다. 이는 관광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김씨 일가를 비롯한 북한 권력층에 직접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쓸 수 있는 자금의 유입을 막는 대북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북한 관광 재개를 위해선 우리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검토하는 개별 관광의 경우 기본적으로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지만, 관광 수익이 당·정·군 주요 기관이 제재 명단에 올라있는 북한 당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고려하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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