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컨슈머 프로덕트팀
오소영 시니어 매니저

BTS 굿즈·‘폭싹’ 티슈·‘오겜’ 맥주
콘텐츠 호기심 갖게 하는 매개체
기획한 상품 모두 자식처럼 소중
반짝 팝업 넘어 늘 찾는 공간으로
남의 것 아닌 우리 것 알리고 싶어
올리브영 슈렉팩, 방탄소년단(BTS) 굿즈, <폭싹 속았수다> 티슈…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넷플릭스 컨슈머 프로덕트팀을 이끄는 오소영 시니어 매니저 이야기다.
오 매니저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J ENM, 드림웍스, NBC유니버설, 하이브 등 굴지의 기업에서 마케팅 및 지식재산권(IP)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사옥에서 만난 그에게 ‘기획한 상품 중 대표로 하나만 꼽아달라’고 했다. 그는 “모두 내 자식들”이라고 했다.
오 매니저는 넷플릭스 서울 사무소에 컨슈머 프로덕트팀을 처음 꾸린 인물이다. 넷플릭스에서 원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묶어 관리했다가, 오 매니저를 영입하면서 한국에 별도의 팀을 만든 것이다. 오 매니저는 “시장에 레퍼런스나 벤치마킹할 사례가 별로 없다. 한국에선 컨슈머 프로덕트나 라이선싱 시장 자체가 이제 막 성장 중”이라며 “저희가 그런 사례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디션’으로 이름 붙은 상품을 떠올리면 쉽다. ‘오징어 게임 에디션’ 맥주 라벨에는 영희와 철수가 담겨 있고, <오징어 게임>의 표식과도 같은 ‘○△□’도 있다. 영희 분장을 한 춘식이(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키링도 있다. <오징어 게임>을 감상한 시청자가 맥주를 마시며, 키링을 달고 다니며 다시 한번 콘텐츠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오 매니저는 “결국 제품은 매개체”라며 콘텐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콘텐츠 재시청을 넘어서 스크린 밖에서도 콘텐츠를 즐기고, 일상에서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팬 조이(Fan Joy·팬이 느끼는 즐거움)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한다”고 했다.
실제 출시된 굿즈들을 보면, 팬의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피지컬: 100>은 닭가슴살을, <흑백요리사>로는 호빵을 내놨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시청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크리넥스 티슈는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 매니저는 발로 뛴다.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인 오이뮤(OIMU)에 협업을 제안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북촌 매장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공룡 기업’의 방문에 오이뮤 측에선 사기꾼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폭싹 속았수다> 애순의 시가 담긴 책갈피, 관식의 오징어잡이 배 불빛에서 영감을 받은 단추자석이 세상으로 나왔다.
여러 외국계 회사를 경험한 그는 “언제쯤 한국의 것을 해외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에서 라이선싱 업무를 맡으며 그 갈증을 덜어냈다.
BTS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을 하며 연구한 ‘팬심’은 ‘팬 조이’를 중심에 두는 지금의 업무에도 도움을 줬다. 오 매니저가 넷플릭스에 합류해 처음 기획한 건 팝콘인데, 그때도 이유는 “누구나 즐거워하겠다 싶어서”였다.
그의 꿈은 반짝 열리고 마는 팝업이 아닌, 팬들이 상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추억할 거리를 선물하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