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변신은 무죄"…식품업계, '라면·스낵·카레' 쌀 가공식품 라인업 확장

2025-02-24

【 청년일보 】 국내 쌀 소비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주식으로서의 쌀 소비가 주력이었다면 최근에는 가공식품 섭취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이 호조세인 것도 긍정적이다.

이에 식품업계가 쌀 가공식품 제품을 확대하고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수출 성장률의 3배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이며, 2015년 이후 9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중 라면, 쌀가공식품 등 가공식품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쌀가공식품은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쌀(벼 현미와 도정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포함)을 원료 또는 재료로 가공한 식품이나 제품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상위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쌀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38.4% 확대된 3억달러가 수출됐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는데, 전년 대비 51.0% 늘었다. 글루텐프리 건강식,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현지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내 쌀 소비량은 줄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5년 62.9kg에서 2024년 55.8kg으로 10년만에 12.7%나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에도 쌀 소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량용 쌀 소비량은 올해 273만t(톤), 내년 269만t, 오는 2030년 253만t, 2035년 233만t 등으로 매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변화하는 국내 식습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거 우리는 삼시세끼 쌀밥을 먹으며 쌀을 소비해왔다.

그러나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서구식 식습관 확산으로 2015년 이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가공용 쌀 소비량은 올해 77만t에서 2035년 94만t으로 22.1%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떡, 즉석밥, 도시락 등 간편식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쌀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하고 식품기업의 민간 신곡 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쌀가공식품·쌀 수출 확대에도 힘을 쏟는다.

◆ 국내 식품업계, 쌀가공식품 연이어 선봬…향후 관련 제품 출시도 이어질 듯

관련 정책에 힘입어 식품업계 역시 쌀가공식품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오리온은 건강 트렌트 열풍에 발맞춰 수년 전부터 쌀 과자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쌀로 만든 제품 '뉴룽지'를 국내에 출시했는데, 일반적인 스낵과 다르게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웠으며, 수입 쌀이 아닌 100% 국산 쌀을 사용했다.

당시 출시 6개월 만에 600만봉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히트 제품 기준으로 삼는 월 매출 10억원도 넘어섰다.

회사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에서 2019년 4월 선보인 '안'은 부드러운 식감의 자포니카 품종을 엄선했고, 직접 화덕에 굽는 방식을 도입해 식감과 쌀 향을 살렸다.

특히 안은 출시하자마자 현지 쌀 스낵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누적 매출액이 2천300억원을 넘어서 베트남법인 고성장의 주역으로도 부상했다.

현지 쌀과자 선두업체와의 점유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파이, 생감자 스낵에 이어 올해 쌀 스낵 마켓셰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은 몽골,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판매되고 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으로도 수출국을 확대하는 만큼 베트남에서도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건강 트렌드 속에서 쌀로 만든 과자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십 년간 축적해온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었던 '농심라면'을 지난달 선보였다.

농심라면은 농심 R&D가 보유하고 있던 1975년 출시 당시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맛과 품질에서 최근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은 전통국밥 맛집들이 깊고 깔끔한 국물, 소고기와 쌀밥 전분이 어우러지는 감칠맛에 각종 다진 양념으로 칼칼한 맛을 더하는 특성을 농심라면에 적용했다.

특히, 농심은 핵심 재료인 소고기와 쌀을 국내산으로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농심라면은 국산 쌀을 첨가해 탄력있는 면발에, 한우와 채수로 우린 소고기국물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또한 파, 고추가루, 액젓으로 만든 양념스프를 더해 칼칼한 감칠맛을 더했다.

농심 관계자는 "국산 쌀을 사용하면 면발이 쫄깃해지는 효과도 있고 맛도 있다"며 "쌀이 가공식품으로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농심 자체가 '농부의 마음'이기 때문에 상생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카레 출시 55주년을 맞아,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글루텐프리 카레 '비밀카레'를 선보인 바 있다.

오뚜기 '비밀카레'는 모든 원재료에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아 '비(非)밀카레'로 네이밍했다.

이후 지난해 말에는 올해 오뚜기 스프 출시 55주년을 맞아,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국산 가루쌀로 만든 글루텐프리 스프 '비(非)밀스프'를 출시했다. 비밀스프 역시 밀가루 대신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밀 시리즈는 글로텐 프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있어서 시작됐는데, 앞으로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비밀 시리즈 제품들은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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