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법정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한두 에피소드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는 제도로, 사법의 민주화와 국민 주권 실현을 목표로 2008년 도입되었습니다.
도입 당시 가장 큰 우려는 시민 배심원이 전문 법률 지식 없이 복잡한 사건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배심원 평결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 영향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비판, 법관과 시민 배심원 간 판단 불일치 시 정당한 절차 보장에 대한 어려움, 지역 사회의 편견이나 언론의 영향으로 인한 공정성 훼손 위험 등도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참여재판은 17년간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긍정평가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판 역시 많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국민참여재판 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전북 지역의 활용 실적은 매우 저조합니다. 전북에서는 연평균 5건 정도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으나, 작년에는 1건, 올해는 현재까지 열린 재판이 없거나 예정된 건조차 없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건수 자체가 적고, 신청하더라도 재판부가 배제 결정을 내리는 비율이 높습니다. 피고인 측이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실효성이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건 자체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은 대상 사건을 합의부 관할 사건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 피고인은 배심원 판단이 더 관대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오히려 유죄 심증을 갖고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청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론을 준비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판사의 판단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준비와 설득에 대한 부담, 사건 경중에 따른 재판 전략, 추가 소요시간 등도 현실적 장애 요인입니다.
피고인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더라도 법원이나 담당 판사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하려 하지 않습니다. 판사는 배심원단 결론 후에도 직접 판단을 내려야 하며, 사건 부담이 많을수록 국민참여재판은 부담됩니다. 국민참여재판법상 배제 결정 사유에 제한이 없어 실제 진행 사례가 매우 드뭅니다.
2008년 대학생 신분으로 미국에서 시민과 법조인을 인터뷰·설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놀랐던 점은 시민과 판사 모두 비전문가인 배심원 판단에 깊은 신뢰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러한 신뢰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뤄져야 국민은 직접 배심원이 되어 사법에 참여할 기회를 얻고, 법조인들은 배심원의 공정한 판단 능력에 믿음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는 사유를 더 한정적·명확하게 개정하고, 배심원단 판단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악순환이 반복될 뿐입니다. 구속력 없는 국민참여재판은 그 취지는 좋으나, 비용만 높고 절차가 번거로운 비효율적 제도에 머물 것입니다. 차라리 국민참여재판을 폐지하고 청소년의 재판 방청을 의무화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더 우수할 수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이제는 제도적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최경환 변호사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