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구글 ‘이제 안녕’···광고 안 낚이는 AI가 대신 찾아준다

2024-11-08

※화학물질 규소(Si)를 뜻하는 실리콘은 ‘산업의 쌀’ 반도체의 중요한 원재료입니다. ‘실리콘밸리’처럼 정보기술(IT) 산업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김상범의 실리콘리포트’는 손톱만 한 칩 위에서 인류의 미래를 이끄는 전자·IT 업계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는 칸업 콘텐츠입니다. 더 많은 내용을 읽고 싶으시면 로그인해 주세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손수 수행해야 하는 몇몇 행동이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물어보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초록색 테두리(네이버) 또는 흰 바탕에 덩그러니 띄워진(구글) 길쭉한 사각형 검색창에 ‘겨울 남자 직장인 패딩’ ‘삼성전자 주가’ ‘OO식당 영업시간’ 같은 키워드를 묻고 또 묻는 이유다. 검색은 드넓은 온라인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러나 검색은 은근히 품이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갖 유료 광고글과 특정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최적화된 웹페이지의 홍수 속에서 ‘괜찮은 답변’을 골라내는 일이 번거롭다.

인공지능(AI)이 검색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불편한 지점)를 파고들고 있다. 생성형 AI의 원조 오픈AI를 비롯해 전통의 명가 구글, 그리고 국내 유수의 스타트업과 대기업들까지. 검색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는다.

■AI 검색, ‘구글 천하’ 균열 낼까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챗GPT 서치’가 대표적이다. 고도의 자연어 처리 기능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게 챗GPT 서치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기존 검색 엔진은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번 링크를 타야 원하는 정보에 도달할 수 있었다면, 챗GPT 서치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한 번에 정보를 내놓는다.

미국 대선 사흘 뒤인 지난 8일 챗GPT 서치에 ‘미국 대선 결과’를 검색해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문장을 위키백과에서 인용해 곧바로 띄워줬다. 추가적인 링크 이동 없이 한 번에 궁금증을 해결한 셈이다. 반면 구글은 같은 질문에 ‘2024 미국 대선 개표 결과 보기’라는 뉴스 링크를 최상단에 노출해줬고 네이버는 별 관련이 없는 미국 금리인하 기사를 먼저 보여줬다.

AI 검색의 슈퍼스타는 미국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부터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 억만장자 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퍼플렉시티 AI 검색 서비스의 열혈 팬을 자청한다.

기존 생성형 AI가 미리 학습된 데이터에서 정보를 찾아준다면, 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은 인터넷을 실시간으로 훑은 뒤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대화 방식’으로 물어볼 수도 있다.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과 맥락을 기억해 후속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한다. 답변의 출처를 도무지 알 수 없어 맞는 정보인지 할루시네이션(환각)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챗GPT 등 챗봇과 달리, 검색 결과의 ‘출처’도 제공해준다.

메타도 자체 개발에 나섰다.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챗봇 검색이 필요할 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빙’ 등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보를 수집·분류·저장하는 웹 크롤링을 이용해 챗봇이 시사 관련 질문에 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구글 천하’에 균열을 내게 될까. 지난 4월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91%다. 지난해 5월의 93.11%에 비해 2.2%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구글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 AI 검색 서비스 ‘AI 오버뷰’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검색 습관에 최적화된 도구는 구글이며, 이를 뒤집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미 정보기술(IT)매체 테크크런치는 “챗GPT 서치는 많은 광고 페이지들을 파헤쳐야 하는 질문에는 유용하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비실용적”이라고 지적했다. 웹 검색은 4개 미만 단어로 이뤄진 짧은 쿼리(요청)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전문적인 정보를 구하려 하기보다는,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검색창을 징검다리 정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테크크런치는 “구글은 이를 매우 잘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픈AI가 인터넷의 ‘정문’을 대체하는 일을 제대로 해낼 때까지는 구글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주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고성 페이지 홍수 속···‘항해사’ 역할할까

구글·네이버 알고리즘의 눈에 들기 위한 검색최적화(SEO)는 온라인 마케팅의 핵심 기법으로 여겨져왔다. 웹페이지 제목, 키워드, 태그 등을 알맞게 구성해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신의 홈페이지를 상단에 노출시키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알고리즘의 요구만 맞춘 알맹이 없는 페이지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AI 검색 서비스가 이 같은 광고성 페이지의 홍수 속에서 일종의 ‘항해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자연어 처리, 기계학습 능력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적화된 답변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기존 검색엔진에서는 상단에 노출된 웹페이지뿐만 아니라 하단에 깔린 웹사이트들도 작지만 일정한 트래픽을 얻어 광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AI 검색은 사용자 요청에 가장 잘 들어맞는 4~5개 정도의 웹사이트만 소개하기 때문에 다른 사이트는 사실상 아무런 트래픽도 얻을 수 없게 된다.

국내 검색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체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으며 AI 검색 서비스 ‘큐:’도 내놓았다. 그러나 1년 넘게 베타 테스트만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안에 큐를 모바일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뤼튼테크놀로지스의 ‘뤼튼’, 솔트룩스의 ‘구버’ 등 국내 스타트업들의 AI 검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통신사 SK텔레콤도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퍼플렉시티와 손잡고 국내 검색 시장을 노리고 있다. 자체 AI 서비스 ‘에이닷’에서 AI 검색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신 SK텔레콤 AI성장전략담당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퍼플렉시티와 한국어 특화 AI 검색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 상황에 가장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AI 검색 서비스 제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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