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용역 합법" vs "일타강사 퇴출"…수능 카르텔 진실 공방

2026-01-04

검찰이 수능 출제 문항을 부당 거래한 혐의로 이른바 일타(일등스타) 강사들을 기소한 가운데 일부 강사들이 반발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달 30일 현우진·조정식씨 등 일타 강사를 포함한 사교육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등 총 4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에 현씨 등은 “수능 문항을 거래한 바 없다”며 입장문을 내고 반박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이들의 학원계 퇴출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6월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시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사교육 카르텔 척결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교육부의 경찰 수사 의뢰와 국세청 세무조사, 감사원 감사 등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2월 교사 249명이 2018~2023년 6년간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통해 1인당 평균 8040만원 수입을 올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4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현직 교사 72명과 사교육업체 법인 3곳, 강사 11명과 학원 대표 등 직원 9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직원·교수 등 5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이 이 중 46명을 기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교육 업체 측은 “현직 교사에게 모의고사 출제와 교사 집필 같은 용역을 맡기는 일은 교장 승인하에 일어나는 합법적인 과정”이라며 “수사기관과 국세청이 카르텔 프레임을 무리하게 씌웠다”고 반박했다. 현우진 강사도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EBS와 교과서 집필에 활발히 참여하는 교사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반면에 시민단체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는 4일 “검찰에 기소된 현우진·조정식 강사는 ‘잘못 없다’는 변명만 일삼으면서 지금도 강사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을 학원 업계에서 즉각 퇴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교사는 기소만 되더라도 직위해제로 수업에 배제된다”며 “기소된 학원 강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의를 계속하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반민특위 측은 일타 강사들이 “교재 집필 용역은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가령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의 경우 유명 강사의 사설 교재에 나온 것과 유사해 경찰청의 수사에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는데 이같이 대학 입시를 좌지우지할 문제를 중심으로 대학교수와 현직 교사, 학원 강사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면 유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봤다. 반민특위 관계자는 “교과서나 참고서 출제는 문제가 덜할 수 있겠지만, 수능과 직접 연관된 문제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날 대구 수성구와 서울 양천구의 사립고 2곳의 교사를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학원과 수능 출제위원과 연결 고리로 지목했다. 한 고교는 2014년 수능 만점자가 한 번에 4명 나온 곳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대학원 석·박사 학생을 조교로 활용해 수능 모의고사 대비 문항을 개발한 뒤 교재를 출판했던 게 사교육 업체들의 관행이었다”며“고의적으로 불수능을 만들어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불리하게 만들게 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을 자격시험처럼 한 해 여러 번 치르게 하거나 개방형 문제은행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강사로 활동했던 전직 사립고 교사는 “공교육 교사와 사교육 강사 교류는 억지로 막기 어렵다”며 “차라리 평가원이 수능 문제를 공개적으로 받고 문제은행식으로 수개월마다 자격시험화해야 공정성 논란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1919억원으로, 2014년(18조2297억원)과 비교해 6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출 항목별로 보면 사교육비(61만1000원)는 외식비(72만원), 장보기(68만8000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필수 지출로 분류되는 주거·난방비(43만7000원)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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