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국가신인도 위해 정무적 판단 필요할 때

2025-01-05

탄핵-체포 찬반 집회-몸싸움 외국 언론에 ‘후진국 풍경’ 제공

신문방송 매체가 쫓는 건 ‘그림’...공권력으로 막아야 한다

崔, 공수처도 경호처도 편들지 말되 관저 앞 경찰 장악하도록 해야

공수처, ‘체포 쇼’ 대신 불구속 기소 원칙으로 가는 게 옳았다

50~60대 지인들 중에 한남동으로 몰려가는 극성 진영론자들이 의외로 많다. 나라 걱정으로 요새 잠을 잘 못 이룬다는 이들도 여러 명 봤다.

친윤 보수우파만 이러는 게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이 하는 일들은 다 옳다고 믿는 친명 진보좌파도 똑같다. 윤석열 체포되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며 한남동으로 모인다.

거짓말 같지만, 해외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애국자’들도 있다. 좌파 진영의 한 신문에 프랑스에서 날아왔다는 50대 남자의 ‘한남대첩’ 참전 소감이 실렸다. 아마 미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더 많이 비행기표를 끊고 있을 것이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이 틀림없다. 그 좌파 신문이 그런 사기 기사를 실을 정도의 ‘4류’ 언론은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피가 이렇게 뜨겁다. 뜨거운 건 좋은데, 외국 언론에 그게 그런 식으로 소개되지 않아서 문제다.

방송은 물론이고 요즘은 신문도 ‘그림’을 쫓는다. 영상, 즉 동영상이나 사진이다. 이게 있어야 기사가 산다. 인터넷 시대에는 비주얼이 기사 가치를 결정한다.

이 ‘그림’에 굶주려 있는 외국 언론 매체들에게 요새 ‘사우스 코리아’가 먹잇감을 양껏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완전무장 한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영화 같은 장면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속편도 짭짤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가 또 탄핵당해 버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그 기사와 함께 송고할 동영상을 여당 의원들이 모양 좋게 만들어 준 것이다.

국회의장 앞에 서서 이상한 행동으로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사람들 같은 절도 있는 행동인데, 북한에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으니 민주주의는 하는 나라의 의회로 보이는, ‘흥미로운’ 동영상이었다.

외국 미디어들에 대한민국 동영상 뉴스 송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체 착륙 후 전속력으로 콘크리트 차단벽을 향해 달리는 여객기, 그리고 또 하나가 이어졌으니 바로 현직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공권력 대 공권력 대치와 그 주변 수많은 시민의 인간 띠, 드러눕기 실황이었다.

나라를 (진짜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남동에 가서 드러눕는 게 아니라 이런 ‘후진국 풍경’이 전 세계에 중계돼 국격이 떨어지고 국가 신인도가 추가로 추락할까 봐 집에서, 직장에서 조마조마해 하는 국민들이다. 윤석열은 체포 영장 집행을 거부해서 나라 꼴을 더 못나게 보인 죄가 추가됐다.

윤석열의 대통령답지 않고, 한 입으로 두말하는 ‘법꾸라지 추태’야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공수처 또한 한남동 아수라장의 공동 연출자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단,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사생아로서 국가 수사 기관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인력과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잡기 위해 탄생시켰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아직껏 검사다운 검사가 한 명도 없으며 지금까지 기소다운 기소를 한 실적이 거의 없다.

정권의 시녀 노릇하다 갑자기 정변이나 칼춤을 추려니 제대로 출 수가 있나? 윤석열에 반기를 들어 출세한 친문 검사장 이성윤(그 공로로 현재 민주당 의원이 돼 있다)을 조사한답시고(추미애식 표현) 고급 승용차로 모셔 오고 모셔 간 게 사실상 그 조사의 전부였다.

공수처나 검찰이나 경찰이나 정권이 약점 잡히니 기회는 이때다 하고 덤벼들어 수사 경쟁을 할 게 아니었다. 차분히, 냄비 끓는 듯이 하는 국민 여론에 편승하지 말고, 나라 체면도 생각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품격 있는 수사를 해야 했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자세를 바꿔야 한다.

잘못된 계엄 선포로 탄핵 소추돼 직무는 정지됐더라도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나선 건 분명 잘못이다. 물론 윤석열이 그 전에 조사에 응했어야 하나 이유를 대고 안 한 마당에, 체포를 서두를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다음 단계를 깊이 검토했어야만 했다.

불구속 기소가 정답이었다. 강제로 붙잡아 조사실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유치한 영웅 심리가 앞섰다. 쇼를 하려고 한 것이다. 역량과 수단도 마땅히 없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좋아할 사람이 누구인가?

탄핵 인용은 물론 그가 쇠고랑을 차고 죄수복을 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비행기까지 타고 와 구경하고 싶어 한 좌파 응원군들과 언론 매체 보도 크루(Crew, 대원)들이다. 여기에는 외국 신문-통신 기자들도 포함된다.

공수처와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에게 윤석열 방어막을 치고 있는 경호처가 체포에 협조하도록 지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래도, “안 하면 탄핵하겠다”라는 말은 이제 하지 못한다. 헌법재판관 2명을 그가 임명했기 때문이다.

권한대행의 대행이 이 요청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정치 후진국’의 체포 욕심 같은 건 버리고, ‘경제 선진국’다운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수처 편도 안 들어야 하지만, 경호처 편도 들면 안 된다.

나아가 난장판이 되고 있는 한남동 관저 앞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 경찰이 널찍이 장악, 탄핵과 체포 찬반 양쪽 시위-농성 시민들을 ‘퇴거’(격리) 시키지 않으면 그들이 없어질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고, 그 사이에 무슨 불상사나 무슨 동영상 거리를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

제발 외국 언론 좋아할 ‘그림’ 그려 주기 아수라장을 걷어내야 한다. 국가 신인도, 신용 등급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상목의 또 한 번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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