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2.04 13:38 수정 2024.12.04 13:4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국회, 의원 190인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만 본회의에 참석
의원 50여명, 당사에 발 묶여 국회진입 실패
"계엄 나올때부터 국회로 가야 한다고 판단"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의힘 의원 18인의 본회의 참석 뒷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총 108명의 의원 들 중 9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 190명, 찬성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 154명, 국민의힘 18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2명,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무소속 각 1명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18명만이 표결에 참석했다. 이들 18인은 모두 계엄 해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조경태·주진우·한지아 등이다. 주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한동훈 대표도 본회의장에서 가결 상황을 지켜봤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경우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하고 국회의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을 경우 계엄을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계엄해제를 위해선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150명만 모여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계 18인은 계엄해제를 위해 곧바로 본회의장으로 향한 것이다.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여기 오는 게 몇 배는 더 힘든겁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에 불참했다는 점이다. 추 원내대표가 긴급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 본청이 아닌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바꾸면서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당사에는 50여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의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론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은 총 110명이다.
이같은 원내지도부의 공지에 반기를 든 의원들도 있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인 김상욱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들 소집 장소를 변경해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내지도부의 공지에 따라 당사에 위치했다가 월담해 본회의장으로 이동한 안철수 의원도 4일 새벽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 공지가 계속 바뀌었다. 그래서 혼선이 있었다"며 "(표결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전부 반대한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저도 처음엔 당사에 모여 있다고 이건 여기(본청)으로 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이동을 했다"며 "이런 이야기(계엄 선포)가 나올 때부터 빨리 (본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거기에 동조하신 분(의원)들이 빨리 가야한다고 해서 자체적인 판단으로 국회로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장 표결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이 들어왔고, 뒤에 오신 분들이 국회에 들어오질 못해서 많은 분이 당사에 계셨다"면서 "당사에 계셨던 분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노력을 하다 도저히 진입이 안 돼서 당사에 모여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의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의장께 말씀드렸지만, 의장께서 지금 상황이 기다릴 수 없다. 회의를 진행해야겠다, 이렇게 해서 본회의를 진행했다"며 "저는 계속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소통하고 의원들의 뜻을 기초로 해서 의원들의 입장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을 하기 위해 들어가지 않았다.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덧붙였다.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계엄 반대'를 당론으로 낸 건 표결이 이뤄진 오전 1시에서 2시간 여가 지난 뒤였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오전 3시23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모인 의원들이 뜻을 모아서 국회에서 계엄 해제와 관련된 의결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께선 그 의결을 받아들여서 조속히 계엄을 해제해주십사 하는 요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원내수석은 '이런 요청이 국민의힘 당론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1981년 1월 이후 43년 만에 처음 선포된 비상계엄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6시간 만인 4일 오전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