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빅파이브스포츠 대표는 골프용품 판매가 본래 업이다. 1981년 유학 간 미국에서 골프를 접한 뒤 1984년 귀국해 서울 동부이촌동에 첫 매장을 냈다. 1986년엔 강남으로 이전을 했는데 당시 강남에 빅파이브스포츠를 포함해 골프용품 매장이 5곳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한때 전국에 10곳까지 매장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2005년부터 9년간 대한골프상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제 골프장 전문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5년 5월이에요. 화산CC에 라운드를 갔는데 꽃이 어찌나 예쁘게 폈나 몰라요. 제가 그전에는 전국의 명산과 사찰 사진을 찍으러 다니곤 했는데, ‘아니다. 내가 명색이 코스 선정위원인데 이제부턴 골프장 사진을 찍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는 2003년부터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김 위원은 이후 20년 동안 전국 골프장을 누볐다. 매주 짬을 내 출사를 다닌 끝에 현재 그가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는 국내 약 550곳 코스 중 400여 곳의 사진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골프장이 약간 폐쇄적이잖아요. 처음엔 사진 찍는 게 쉽진 않았어요. 공문 보내고 코스 촬영을 무료로 해준다며 협조를 구하곤 했죠.” 사진을 찍기 위해 프로골프 대회장도 자주 찾았다. 첫 조보다 30분이나 1시간 일찍 코스에 나가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18홀을 걸으며 마음껏 셔터를 누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 사진 촬영을 더 즐긴 김 위원은 “사진으로 돈 벌겠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한다”며 “흔한 말로 미쳐 있어야 한다. 미리 내가 정한 포인트에서 딱 한 컷이 걸렸을 때의 환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굿 샷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했다.
최근엔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달로 일반인들도 라운드 도중 손쉽게 코스의 풍경을 렌즈에 담는다. 사진 잘 찍는 비결이 궁금했다. “카메라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사실 풍경이나 코스 사진은 날씨가 도와줘야 해요. 이른 아침이나 노을 질 때의 빛이 중요하고, 음영과 색감이 코스에 입체감을 풍부하게 불어넣어 줘야 해요. 반대로 쨍쨍한 한낮의 사진은 밋밋하죠. 그런 이유로 해가 뜨기도 전에 촬영 포인트에 나가 미리 기다리는 거예요. 근데 허탕을 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진은 기다림이고,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 위원도 20년 동안 수만 번 셔터를 눌렀지만 그중에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은 몇 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가평베네스트의 모습과 골프존카운티 감포에서 바라본 동해의 붉은 일출, 해질 무렵 골든베이의 낙조, 그리고 산꼭대기에 다섯 차례 오른 끝에 건진 비전힐스의 운해 등이 그가 아끼는 작품이다.
그는 해외 코스도 가끔 찾는다. 2023년에는 미국 하와이에 머물며 유명 코스들을 대부분 둘러봤다. 10년 전쯤 방문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수트라하버CC는 ‘인생 선셋 포인트’라고 추천했다. 2001년엔 미국 페블비치를 돈 적이 있는데 당시 변변한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은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여전히 그 황홀한 광경은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최근 국내 골프산업의 침체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요즘 중소 골프숍들은 정말 먹고살기 힘들어요.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 젊은 골프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하는데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마음이 무겁네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기쁜 일이 생겼다. 아들이 지난 5월 중국 칭화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이다. 아들과도 가끔 라운드를 한다는 김 위원은 “골프 실력보다는 매너와 룰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가 41년 전 세운 빅파이브스포츠의 명칭도 ‘신용, 친절,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 최고의 품질’이라는 5가지 이념을 담은 건데, 그중 으뜸이 신용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매장을 정리하고 강원도 알펜시아CC 프로숍만 운영 중인 김 위원은 남은 목표가 하나 있다고 했다. “사업을 조금씩 줄이고 있고 곧 은퇴 후엔 사진 찍을 시간이 더 많아지겠죠. 앞으로 5년 안에 남은 약 150곳을 모두 촬영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런 후 전시회 한 번 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골프장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