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지지자 1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는 낮 12시부터 집회를 열고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을 체포한다고 나서냐”며 “오늘은 박살 내는 날이다. 자리 깔고 눕자”고 외쳤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를 보고 눈물 안 흘린 분 손 들어 보라”며 “피도 눈물도 없다. 어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주최 측에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란 내용의 372자 분량의 서신을 전달한 걸 소개하면서다.
붉은색 모자를 쓰고 머플러를 두른 박모(60대)씨는 “나라의 법치가 무너지고 있단 생각에 3일째 관저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집이 김포라 고민됐지만, 윤 대통령을 무조건 지켜야 한단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모(69)씨는 “어제 대통령 서신을 보고 힘이 나서 나왔다. 휴가 내고 집회에 오는 이들이 많다. 점점 더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석 인원은 오후 2시 기준 5000명에서 두세 시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관저 앞 도로 500m가량을 메웠다.
이들과 한 블록 떨어진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선 진보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 비상행동이 ‘VIP 체포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 한남초등학교 남단까지 행진도 벌였다. 체포 촉구 집회 참석자 수는 1000여 명으로 추산돼 윤 대통령 지지자에 비해 크게 적었다.
경찰은 보수 측 참가자가 빠르게 늘자 한남초등학교 육교를 경계로 질서유지선을 치고 양측 인원을 분리하는 완충지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일부 지지자들이 완충지대를 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충돌이 벌어졌다.
오후 3시30분엔 진보단체인 ‘시민권력직접행동’이 관저 건너편 공터에 텐트 대여섯 개를 설치하려다 보수 집회 참가자 200여 명이 몰려와 “텐트 치고 뭐하냐” “저리 가라 빨갱이들”이라고 소리를 질러 결국 20여 분 만에 텐트를 전부 철거해야 했다.
오후 4시쯤엔 윤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이 만약의 공수처 측 진입을 막기 위해 관저 정문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1시간 넘게 드러눕기도 했다. 이 중 한 여성은 “윤석열 대통령님 없는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용산경찰서는 5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한 뒤 오후 5시가 넘어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관저 주변에 30개 기동대, 약 2000명을 배치해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최서인·심석용·이아미·김서원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