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서울 지하철 1호선·수인분당선 등 5∼10분씩 연쇄 지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준법투쟁(태업)'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지역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등 열차 운행이 일부 지연돼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5분 이상 지연된 수도권 전철은 59대, 10분 이상 46대, 20분 이상은 8대였다. KTX와 일반 열차는 모두 정상 운행됐다.
이날 오전 8시께 직접 찾아가 본 용산역은 평소보다 크게 붐비는 모습은 아니었다.
승강장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전동열차가 지연되거나 불규칙하게 운영되고 있다. 급한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는 방송이 10분 간격으로 나왔다.
대학생 강병훈(20)씨는 "매일 용산역에서 동두천역으로 등교해서 보통 7시 50분 열차를 타기 위해 맞춰서 나오는데 평소보다 열차가 지연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예정보다 9분 늦은 오전 7시 59분께 바쁜 발걸음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한모(28)씨는 "아침에 안전 안내 문자를 보고 버스를 타야 하나 고민했지만, 지하철 타는 게 몸에 익어 나도 모르게 용산역으로 왔다"며 "오늘은 평소 열차 도착 시간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부 기관사들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업무를 늦게 시작하는 식으로 태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1호선 용산 급행열차는 일부 역마다 멈춰서기도 했다. "앞 열차가 출발하는 대로 출발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한 시민은 "철도노조 때문에 늦는다"며 바쁘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같은 시간 왕십리역 수인분당선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이어졌다.
직장인 강모(25)씨는 "8시면 압구정역에 도착했어야 한다"면서 플랫폼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분들 다 출근하는 사람들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도곡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정모(34)씨는 "평소랑 비슷한 시간에 왔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아서 열차를 못 탔다"며 "회사에서 양해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최광순(41)씨는 "평소보다 1.5배 정도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준법투쟁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소 혼잡과 비교했을 때 크게 지연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윤모(54)씨는 "배차 간격을 보니 크게 지연되지 않는 것 같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세금을 엉뚱한 데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이날 오전 7시 37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역 내부에서 고색 방향(하행선) 선로에 정차 중이던 전동열차 상단에 불까지 나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
화재 직후 기흥역을 지나는 하행선 전동열차는 무정차 통과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승객 수백명이 긴급히 하차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55분부터는 양방향에서 정상 운행되고 있다.
앞서 철도노조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데도 기획재정부는 1천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서 코레일의 인력 공백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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