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척척 조각을 제작하니…' 설 땅 좁아지는 조각가들

2025-07-21

미국 '모뉴멘탈 랩스', AI 조각로봇으로 대형조각 제작

벤처자금 800만달러 받아 브루클린에1000평 작업장

카네기홀,프릭뮤지엄의 손상된 돌 조형물 재제작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AI 조각로봇이 클래식한 고대의 석조조각들을 척척 만들어내고, 고객이 주문한 조각들을 거침없이 제작하고 있다. AI 조각로봇들은 주문만 정확하면 빠르고도 완벽하게 조각을 깎아낸다. 못 만들 형상이 없고, 크기며 디테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각가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건물 전체를 AI 조각로봇이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예견까지 나온다.

전세계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전하는 디자인전문 뉴스플랫폼인 Fast Company는 최근 AI 조각로봇의 조형물 제작현황과 그 전망을 보도했다. 이와함께 조각가들의 설 땅이 좁아지는 현실도 전하고 있다. Fast Company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AI로봇 조각업체를 찾아간 리포트를 소개했다.

이 뉴스플랫폼이 소개한 업체는 스타트업 기업인 '모뉴멘탈 랩스'(Monumental Labs). 이 회사는 브루클린 북쪽 외곽의 거대한 창고에서 지금은 사라진 고대 석조조각 등 주문받은 조각을 제작 중이다. 마치 1930년대 동굴처럼 생긴 스튜디오 안에서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석조조각이 21세기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 조각가와 조각장인들이 정교한 끌과 망치로 제작하던 대형 석조조각들이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기술에 속도와 효율성을 결합한 기발하고 대담한 스타트업인 모뉴멘탈 랩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창업한지 2년에 불과한 모뉴멘탈 랩스는 최근 800만달러(한화 약 111억원)의 벤처캐피탈 자금을 지원받아 노후화된 대형 창고를 작업장으로 개조했다. 모뉴멘탈 랩스는 이 거대한 작업장을 고도로 정교한 장식외관, 박물관 등에 세워진 대리석 조각, 우뚝 솟은 석조기념물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현대적 석재공장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창업자 미카 스프링넛(Micah Springut)은 이에 그치지 않고 더 웅장한 프로젝트인 석조 건물 외관 전부를 제작하거나, 아에 건물 전체를 AI 조각로봇으로 짓는 시도를 하는 게 종국적인 목표다.

모뉴멘탈 랩스의 새로운 제작공간의 천장은 높이가 9m를 훌쩍 넘는다. 7개의 팔을 가진 AI 조각로봇들이 12점으로 늘어나면 앞으로 대형 화강암, 석회암, 대리석 블록을 깎아내 우뚝 솟은 조각품과 조각상, 석조 파사드 등을 쏟아내게 된다.

3만7000평방피트(약 1040평) 규모의 이 시설은 가을에 전면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뉴멘탈 랩스는 개인주택부터 대단위 아파트단지까지 모든 건축물을 건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용 석재를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하게 된다. 석재 조각품도 세밀한 사전연구및 점검을 거쳐 제작을 본격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뉴멘탈 랩스는 뉴욕시 외곽에 위치해 주문량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 회사는 이미 기존 작업장에서 뉴욕 카네기홀과 프릭뮤지엄이 소장 중인 일부 훼손된 고대 장식용 석조물을 원본 그대로 복원하는 등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AI 조각로봇이 커다란 돌덩이를 원형대로 절단해 형상을 만들면, 잘 훈련된 돌 조각가가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조각품과 장식용 외관 처리의 제작시간을 몇 달에서 몇 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시간 단축이자, 경비 절감인 셈이다. 현재의 모뉴멘탈 랩스 뉴욕 작업장에는 AI 조각로봇이 2대만 배치돼 있고, 기념비적 조각은 3.5m 크기까지만 제작이 가능했다.

스프링넛 대표는 기존 작업장에 대해 "우리는 대형작업을 할 수 없었고, 기념비적인 아치를 만들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공장에는 대형 SUV승용차 크기의 대리석 덩어리가 작업대에 놓여진채 AI 로봇조각의 팔이 활성화되기만 기다리는 중이다. 스피링넛 대표는 "앞으로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의 대규모 석조 작업을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모뉴멘탈 랩스의 새로운 작업장과 AI 조각로봇 보강은 미국의 초대형 소셜뉴스 웹사이트인 레딧(reddit)의 공동창업자인 알렉시스 오해니언(42)의 벤처캐피털 펀드인 776(세븐 세븐 식스)가 주도한 800만달러 규모의 펀딩을 통해 가능해졌다.

776재단을 대신해 모뉴멘탈 랩스와의 계약을 주도한 창립파트너 케이트린 할로웨이는 이 새로운 AI 조각로봇 스튜디오가 첨단 인공지능기술과 휴먼터치(인간성)를 완벽하게 결합한 체제라고 규정했다. 할로웨이 대표는 "그들은 장인정신을 건축으로 새롭게 가져오고 있다. 이 신규 기술은 우리가 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링넛 대표는 새로운 공간이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현재 모뉴멘탈 랩스는 개인 고객을 위한 여러 대규모 조각 프로젝트, 장식용 석조 외관, 미시간의 한 대학건물에 추가될 석상 세트 제작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건축 구조용 돌작업을 맡는 것이다. 레고와 같은 거대한 돌 블록으로, 두껍고 튼튼한 기초와 벽을 형성하는 돌을 다루는 일로, AI 조각로봇은 이를 정밀하게 절단한다. 석조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 보다 탄소 발자국을 적게 만들고, 수명도 훨씬 긴 환경친화적 건설로 여겨진다. 석조는 인간이 수천 년간 의지하고 사용해온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프링넛은 "우리는 약 110년 전 산업화가 도래해 건축 효율성을 높이기까지 모든 건물과 조각을 돌로 지었다. 문제는 그간 돌을 자르고 원하는 형태로 조각하는 비용이 콘크리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 주춤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석조 건축이 콘크리트 건축보다 약 25%까지 획기적으로 건설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했다.

모뉴멘탈 랩스가 새 공간의 시설을 가동하면서 가장 먼저 작업할 프로젝트는 9m 높이의 석조전망대다. 이 작업은 메인 제조홀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스프링넛은 "우리에게는 여러 프로젝트들과 대기 고객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뉴멘탈 랩스가 실제로 작업을 전담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가장 큰 장애물은 석재 절단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수행하는 것이며, 정교한 수작업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자체 AI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는 조각로봇이 작업을 계속 수행하면서 학습 기회가 축적되고, 기술이 보완되면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스튜디오 시설에서 새로운 AI조각로봇 함대들은 연간 최대 100건의 실물 크기 조각과 몇 건의 실물 크기 건물을 제작하며 제도적 기술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처럼 AI 조각로봇이 대형 돌조각을 척척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예술가들의 설 땅이 좁아질 거란 관측이 한창이다. 그러나 AI 조각로봇은 어디까지나 입력된 데이타에 의해 임무를 수행하듯 조각을 만들고 건물 파사드를 만들 것이다. 인간의 고뇌와 미의식, 미학 등이 점철된 '예술혼이 들어간 조각'은 아직은 예술가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첨단 테크놀로지와 AI 기술을 활용해 작업하는 수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인공지능과 첨다기술을 작업에 갈수록 많이 사용하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번뇌와 철학, 숨결이 들어가야 진정한 예술이라 생각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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