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스타벅스코리아와 손잡고 은행이 갖고 있는 영업점에 스타벅스 매장을 열기로 했다. 지점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KB국민은행과 영업망 확대 전략을 펴고 있는 스타벅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 8~9월 중 서울 도봉구 쌍문역점 1층 영업 공간에 스타벅스 매장을 설치하기로 스타벅스 측과 계약했다.
양 사는 쌍문역점을 시작으로 입지가 좋은 은행 자체 건물 저층부에 스타벅스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강남 역세권 지역의 지점도 논의 대상에 올라 있다.
KB국민은행은 고객 방문이 줄고 있는 영업점 일부 공간을 스타벅스로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799곳)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250개의 지점을 없애며 영업점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점포에도 많은 고객의 발길이 줄면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곳들이 늘고 있다. 지점 내 남는 공간을 스타벅스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KB국민은 직접 보유한 점포 비중도 다른 은행 대비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이 직접 소유한 영업점의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은 1조 6808억 원으로 임차보증금(7272억 원) 규모의 2배를 웃돈다. 지금까지 은행권은 건물의 남는 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상층부에 영업본부 일부 부서를 들이거나 건물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상업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2~4층 규모의 은행 지점 건물을 선호하는 수요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KB국민 측이 스타벅스에 지점 일부를 내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도 내부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의 유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이 영업점 설치를 위해 매입한 건물은 은행에 맞는 특수한 구조로 돼 있어 인기가 없다”며 “공매에 내놓아도 2~3차례 유찰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스타벅스는 영업점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협력으로 스타벅스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안정적으로 입점 공간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달 5일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며 올해 100곳 이상의 스타벅스 신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2009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점포 협력으로 KB국민과 스타벅스는 기존 동맹 관계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넓히게 됐다. KB국민은행 측은 “수익성보다는 지역민이 원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양 사가 서로의 브랜드를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0월 맺은 업무협약(MOU)을 기반으로 다음 달부터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국민은행 계좌 간편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스타벅스 통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스타벅스는 해당 서비스를 위해 잦은 실무진 회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시너지 창출 방안도 꾸준히 의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가 직접 KB금융(105560)지주 본사를 찾아 이 행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협력과 별도로 전국 30곳의 유휴 공간을 소상공인 원스톱 컨설팅 센터(가칭)로 활용하기 위해 지역상권과 입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소상공인은 사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정책 지원과 컨설팅,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조만간 시범 운영 지역을 선정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 시범 운영 센터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른 은행들도 점포 이용객 감소에 따른 유휴 공간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천 남동구와 수원 팔달구에서 디지털금융 교육센터 ‘신한 학이재’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개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은행은 천안역지점·광화문역지점·광주지점에 지역민을 위한 특화 공간 ‘컬처뱅크’를 마련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