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 공법 선정委 명단공개 번복 논란
'비공개'→'공개'→'비공개'... 업계 불신 자초
7개월만에 기준 변경... 이유 설명도 없어
업계 "명단 공개 후 일부 특정기업 수주 싹쓸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0월 ‘자재·공법선정위원회’ 심사위원 명단을 다시 ‘비공개’ 전환했다. 투명 경영을 위해 올해 3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원칙 회귀다. 이를 두고 일부 특정업체가 입찰을 싹쓸이하면서 명단 공개 부작용을 인식한 LH측이 서둘러 기준을 되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LH는 같은달 15일 ‘LH 자재·공법 선정위원회 심의운영 개선방안 공고’를 공지했다. 공고에 따르면 LH는 자재·공법 선정위원회 소속 심사위원 명단을 ‘즉시공개’에서 ‘심의개시 이후 공개’로 수정했다.
당초에는 자재·공법 입찰 심의 ‘전 날’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했는데, 10월부터는 심사위원들이 LH 심사실에 입장해 ‘심의를 개시하기 전’까지 명단을 '비공개'키로 한 것이다. 입찰 업체들과 심사위원들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있다.
‘자재·특정공법 선정위원회’는 LH가 아파트를 건설할 때 토목‧조경 분야의 우수한 중소기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해당 중소기업은 자사의 기술을 LH가 사용해주기 때문에 ‘매출’과 ‘적용 사례 보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LH는 올해 토목 분야에서 전년(80건) 대비 66건 증가한 146건의 기술을 선정할 계획이다.
특정공법 선정위원회의 자재‧공법 심의 대상은 ▲개략공사비 10억 이상의 토목 또는 조경시설물 공사에 적용되는 자재·공법 ▲특정 자재·공법(품목당 직접재료비 합계 4000만원 이상의 자재, 품목당 직접공사비 2억원 이상의 공법) ▲기타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재‧공법의 경우 등이다.
원칙 회귀에 대한 LH의 구체적 설명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건설사들은 특정기업의 수주 싹쓸이 현상 때문에 LH가 심사위원 명단 공개 원칙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LH의 자재·공법 입찰은 애초부터 심사위원 명단은 비공개였고, 다양한 기업들이 공평하게 심사를 받아 골고루 수주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특정기업들이 특정부문서 수주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바뀐 원칙은 ‘심사위원 공개’ 뿐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사전접촉, 사전모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국회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올해 발주한 자재‧공법 선정심의 결과, ‘교량 공법(보도교)’, ‘비점오염원’ 부문서 수주 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A와 B 단 두곳 뿐이었다.
LH는 ‘LH 자재·공법 선정위원회 심의운영 개선방안 공고’를 내기 전, 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심사위원 명단 공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B업체 관계자는 “올해 특정업체 수주 싹쓸이로 LH에 대한 신뢰도 많이 무너졌지만 심사위원들이 오염됐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업체들이 심사위원에게 로비를 할 수 있지만, 오히려 LH에서 위촉한 심사위원들이 해당 업체들에 역으로 로비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모수(심사위원 POOL)를 대폭 늘리던지 명단을 비공개하던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H는 심사위원 명단을 심의개시 직전까지 ‘비공개’키로 변경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에서 '공개'로 변경했을 때, 선정의 투명성을 적극 홍보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LH는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에서 ‘선정 즉시 공개’로 변경하면서,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으면 심사위원 명단을 가지고 있는 곳은 LH 뿐이기 때문에 전‧현직 관계자들의 전관예우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조치 차원에서 규정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LH는 뒤늦게 “ACS(Auto Calling System) 도입으로 심의위원 명단을 즉시 공개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ACS 도입으로 LH와 심의위원 사전접촉이 원천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의위원과 업체간 유착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특정공법에서 특정기업이 모두 수주한 것과 관련해 특별 감점제를 검토했지만 제도심의 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도입되지는 못했다. 앞으로 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