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PC 제조사가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유행처럼 붙이는 표현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PC’다. 너도나도 자사 PC로 AI를 구동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막상 속을 들여다 보면 ‘남의 기술’인 경우가 많다. AI 비서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윈도우 운영체제 기능이고, AI 연산 성능은 칩 모델에 달렸다. 단순히 “우리 회사 PC는 AI 기능을 이만큼 빠르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랑했다간 “다른 제조사랑 다른 게 뭔데요?”라는 곤란한 질문부터 나오기 십상이다. 그러나 HP는 달랐다.
HP코리아는 3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비즈니스 PC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회사는 이 행사에서 AI PC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신형 AI 솔루션이 들어간 신제품을 4종 소개했다.
환영사를 맡은 HP코리아 김대환 대표는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HP 자체 개발 AI 솔루션 ‘HP AI 컴패니언’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HP만의 AI 기능이 존재한다고 먼저 알리면서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신제품에 HP AI 차별화 요소 3종 탑재했다”
신제품 발표를 맡은 HP코리아 차성호 매니저는 HP만의 차별화된 AI 기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각각 ▲GPT-4o 기반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HP AI 컴패니언’ ▲AI 기반 화상 회의 솔루션 ‘폴리 카메라 프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화면 내용을 가리는 ‘구경꾼 감지’다.

HP AI 컴패니언은 일상 업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GPT-4o 기반 지원 도구다. 세부 기능은 ▲디스커버 ▲애널라이즈 ▲퍼폼까지 3종류다.
디스커버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 정리해 답변하는 기능이다. 한 번 물어본 내용의 후속 요청도 가능하고, 화면을 캡처해 질문할 수도 있다. AMD CPU의 장단점을 물어보자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 줬다. 작동 방식을 보니 오픈AI의 챗봇 ‘챗GPT’가 떠올랐다. 실제로 HP는 “GPT-4o 기반 기능이 맞다”고 밝혔다. 일반 사용자가 챗GPT 기능을 온전히 사용하려면 유료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HP AI 컴패니언은 지원 기기에 무료로 제공되므로 별도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애널라이즈는 기기에 저장된 문서를 분석·요약하는 기능이다. 라이브러리라고 부르는 그룹에 문서들을 모아놓고 내용을 취합하거나 요약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라이브러리는 최대 10개까지 생성할 수 있고, 하나의 라이브러리에는 최대 100MB 분량 파일을 등록할 수 있다. 문서에 ▲표준 문서 ▲계약·동의서 ▲청구서 ▲영수증 ▲레포트·기사·블로그까지 5가지 카테고리를 지정할 수 있다. 카테고리를 지정하면 해당 분야에 좀 더 특화된 분석이 가능하다.
기능을 소개한 HP코리아 홍순모 매니저는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라고 언급했다.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취급하는 문서 대부분이 영어로 작성돼 있는데, 이를 AI로 빠르게 번역하고 주요 내용만 요약해 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퍼폼은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쉽게 PC 설정을 조정할 수 있다. 명령어 입력 창에 “화면 밝기 낮춰줘”라고 입력하니 노트북 화면이 어두워졌다. 윈도우 설정을 찾기 어렵거나 번거로울 때 유용해 보였다.

폴리 카메라 프로는 기존에 익히 알려진 화상 회의 보조 기능을 한데 통합한 기능이다. 사용자 얼굴을 밝게 보정하는 ‘스포트라이트’,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거나 다른 이미지로 교체하는 기능, 사용자가 움직여도 얼굴이 가운데 오게끔 화각을 조절하는 ‘자동 프레이밍’ 등 화상 회의에 쓸 만한 기능이 모여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워터마크를 만들고 화면에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홍 매니저는 워터마크로 자신의 소속·직무·이름 등의 정보를 화면 한 쪽에 띄워, 상대방에게 자신이 어디 소속인지 명확하게 전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에 화상 회의 보조 기능을 사용하면 CPU와 GPU 자원을 많이 사용해 배터리가 빨리 닳았는데, 폴리 카메라 프로의 기능은 NPU가 처리하므로 배터리 소모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구경꾼 감지는 대외비나 민감한 자료를 다루는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도중 옆이나 뒤에서 다른 사람이 화면을 보고 있다고 인식되면 화면을 가린다.
가리는 방식은 제품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화면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화면이 흐려지므로 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대신 화면 내용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슈어뷰 5’라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에 특수 패널을 탑재한 일부 모델만 지원하는 기능이다. 슈어뷰 5가 활성화되면 측면에서 화면 내용이 일절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에 부착하는 사생활 보호 필름과 같은 효과다. 사용자 시점에선 화면이 계속 보이기 때문에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기존 제품 중에도 슈어뷰를 지원하는 노트북은 있었다. 홍 매니저는 “슈어뷰 5는 이전 버전 대비 전력 효율이 좋다”고 소개했다. 슈어뷰 기능을 켠 동안에는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는데, 슈어뷰 5는 AI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고 인식하는 동안에만 화면 가림 기능을 켜기 때문에 공연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시된 제품으로 구경꾼 감지 기능을 사용해 봤다. 기능을 활성화한 뒤 옆에 있던 사람이 화면을 바라보자 곧바로 화면이 흐려졌다. 슈어뷰 5 기능도 사용해 봤는데, 화면이 약간 어두워질 뿐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좀 더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제품군 갖춰 고객 의사에 적합한 제품 고르기 용이해”
이날 HP는 신형 AI 솔루션이 탑재된 신제품을 4종 공개했다. 특이한 점은 각 제품마다 어울리는 직군까지 언급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컨설턴트에게 유용한 ‘엘리트북 X 플립 G1i’ ▲마케팅·경영 직무에 어울리는 ‘엘리트북 울트라 G1i’ ▲AI 개발자에게 적합한 ‘제트북 울트라 G1a’ ▲엔지니어에게 권장하는 ‘제트2 미니 G1a’라고 제품별 주 소비층을 특정했다.
엘리트북 X 플립 G1i는 화면을 뒤로 접을 수 있는 플립형 구조를 채택했다. 마주 앉은 사람에게 화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기 용이하다. 외근이 많은 컨설턴트 업무 형태를 고려해 4G·5G 네트워크 통신도 지원한다. 주변 시선을 감지하는 슈어뷰 5를 지원해 화면 내용 유출도 막을 수 있다.
엘리트북 울트라 G1i는 고성능과 초경량을 겸비한 노트북이다. 최대 48 TOPS(1초당 48조번 연산) 성능을 갖춘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무게는 1.19kg로 휴대하기 편하다. HP AI 컴패니언 솔루션, 900만화소 AI ISP 카메라와 폴리 카메라 프로 앱, AI 기반 엔드포인트 보안 솔루션 HP 울프 시큐리티를 지원한다. 생산성·협업·보안을 중시한다는 HP 비즈니스 PC 기조에 딱 맞는 제품이다.
제트북 울트라 G1a는 대규모 데이터세트 관리가 가능한 고성능 AI 워크스테이션이다. AMD 라이젠 AI 맥스 프로 칩셋을 탑재했다. CPU는 16코어에, 메모리(RAM)는 최대 128GB까지 지원한다. 또한 통합 메모리 아키텍처를 적용해 GPU에 최대 96GB 메모리를 할당할 수 있다.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AI 연산 작업에 유리하다. HP는 그래픽 메모리가 96GB일 때 70B(70억개) 파라미터 라마(LLaMA) 3.1 모델을 매우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으며, 이는 실시간 대화 분석이 가능한 성능이라고 소개했다.
제트2 미니 G1a는 소형 데스크톱 형태의 AI 워크스테이션이다. 기존 제품(제트2 미니 G9)보다 약간 두꺼워진 대신 높이가 줄고 외부에 있던 전원공급장치를 본체에 통합했다. 결과적으로 제트2 미니를 서버 랙에 장착할 때 필요한 공간은 줄었다.
Q&A
제품 발표와 AI 솔루션 시연을 마친 뒤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MS와 어도비 외, 국내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와의 협업도 진행하는지
소병홍 전무: 글로벌 PC 사업부에서는 많은 ISV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도 준비 중이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Q. 국내 기업은 대부분 올해 1분기·상반기 예산 집행을 상당히 줄였다. 2분기와 하반기 시장 전망은
소병홍 전무: 올해 10월 윈도우 10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제품 교체를 미루기 어려울 것이다. 윈도우 11과 AI PC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 전망을 기대하는 편이다.
Q.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본사 방침은?
김대환 대표: 이는 공급망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팬데믹 시절 많은 업체가 제때 공급을 충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HP는 생산국 확장 등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투자했다. 이외에도 시장 상황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대응하겠다.
Q. HP AI 컴패니언은 GPT-4o 기반인데, 이후 업데이트로 최신 모델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지
황순모 매니저: 특정 모델을 고정적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현재 AI 컴패니언은 베타 버전이며 향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기능도 계속해서 추가할 계획이다.
Q. 최근 엔비디아가 DGX 제품군을 발표했는데, 파트너사인 HP도 제품 출시 계획이 있는지
소병홍 전무: 지난달 미국에서 HP가 개최한 앰플리파이 파트너 컨퍼런스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와 HP가 협력해 DGX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은 아직 없지만 엔비디아와 함께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확언할 수 있다.
Q. 국내 비즈니스 AI PC 시장 전망과 기대 매출은?
소병홍 전무: 전문 조사업체와 HP 본사 자료를 비교해 시장 전망을 본다. 일반 소비자 시장은 평이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고, 커머셜 시장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당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윈도우 10 서비스 종료로 인한 윈도우 11 기기 교체 수요, AI PC 수요 증가, 팬데믹 시절에 구매한 제품의 교체 주기 도래를 근거로 들 수 있다. 매출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성장하는 시장 속에서 HP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를 충족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