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에 재판 중계 규정 있지만 '규제'는 없어
美와 달리 韓은 법정모욕죄 처벌도 불가능
'법조 1번지' 서울 서초동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법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서초동 법풍경]은 법원과 검찰·법조계 인물·실제 재판의 이면 등 취재에 다 담지 못한 에피소드를 알기 쉽게 전합니다.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이 중계되면서,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 탓에 법원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가짜뉴스'를 규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내란 특별검사법 제11조 4항에 따라 특검이 공소 제기한 사건 1심 재판은 중계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재판에 국가 기밀 사항과 같이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면 일부는 중계되지 않을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가 지난 9월 26일 심리하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첫 재판을 중계해 달라고 심리했고, 재판 시작부터 끝까지 촬영 및 중계됐다.

이날 카메라에는 윤 전 대통령이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나와 417호 대법정에 입정하는 모습이 모두 담겼다. 이전 내란 재판과 달리 머리를 짧게 잘랐고,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었다. 살이 많이 빠진 윤 전 대통령은 정장 재킷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란 재판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내란우두머리 재판도 중계가 시작됐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0월 2일 재판 촬영·중계를 허가했다.
내란 재판에 넉 달간 불출석하던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출석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검찰 출신', '26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라며 검찰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특검 측이 김건희 여사를 '김건희'라고 부르자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 여사를 붙이든지 해야지"라며 호통을 치는 장면은 많은 방송사 뉴스로 다뤄졌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도 줄줄이 영상으로 접하게 됐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재판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물들이 증인으로 대거 출석해, 이 모습도 뉴스 등으로 전파됐다.

이런 재판 중계는 사실상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선고 장면만 중계됐을 뿐 증인신문 절차 등은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문제는 재판 중계 영상을 활용해 내용을 왜곡한 '쇼츠'가 버젓이 유튜브에 돌아다니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방안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내란 재판의 극히 일부분만 잘라 악의적으로 게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튜브 등에는 '피고인에게 끌려다니는 판사', '피고인 눈치 보기'와 같이 주관적인 평가가 담긴 쇼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법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출입기자단이 아닌 제3자가 비식별조치 없는 원본 영상 일부를 인터넷에 올린 사례가 있었으니 유의해 달라", "영상 전체를 유튜브나 인터넷 등에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당부했지만 가짜뉴스에 가까운 쇼츠는 여전히 생성되고 있다.
규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한국보다 앞서 재판 중계 영상을 대중에게 공유한 미국의 경우 악의적으로 편집해 공유할 때 법정모독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법정모욕죄는 물리적인 '법정'이라는 장소에 한정해 유튜브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튜브 방송에서 이진관 재판장을 가리켜 욕설한 이하상·권오현 변호사 역시 법정모욕죄 대상이 아니다.
판사들은 입을 모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 중계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차원에서 큰 발전을 한 셈이지만, 가짜뉴스를 규제할 규정이 없다는 게 한계점이다"라며 "앞으로도 재판 중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전에 규제책에 대해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