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우리 둘이 사는 거지?” 노인의 쓸쓸한 ‘손등 입맞춤’

2024-07-03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

“아줌마, 변소가 어디요? 내가 눈이 안 보여.”

책상에 앉아 업무 일지를 쓰는데 백미정(가명·80) 어르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명절을 앞두고 요양원의 어르신 대부분이 자녀 집으로 외출을 나간 터였다. 이곳엔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발을 끊었거나, 거동이 불가능한 어르신들만 남았다.

곧장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미정 어르신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혼자 움직이면 낙상의 위험이 있었다.

“제가 왔어요.”

나는 어르신의 작은 손을 이끌어 간이 소변기 손잡이 위에 올려드렸다. 어르신이 갑자기 내 쪽을 보고 말했다.

“아줌마, 우리 둘이 사나?”

그에겐 아들이 있었지만 발길을 끊은 지 오래였다. 명절의 텅 빈 공기가 의아했는지 “우리 둘만 사는 거냐”며 재차 물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아줌마, 우리 악수하자.”

어르신은 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어르신이 했던 것처럼 그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우리 둘이 사는 게 맞구나, 그렇구나….”

뽀뽀를 하던 입술이 곧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는 말없이 어르신의 등을 쓸어드렸다.

요양원의 명절은 유난히 쓸쓸했다. 이곳에 남겨진 분들은 적적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연신 창밖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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