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KLPGA 투어 KG 레이디스 오픈 1차 연장전에서 카트길로 약 200야드 구른 신다인(24)의 티샷이 화제다. 신다인은 514야드 파5의 이 홀에서 페어웨이 오른쪽 카트길에 볼이 튀면서 굴렀다. 공식 샷거리는 446야드로 기록됐고 두 번째 샷 남은 거리가 75야드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주말골퍼들이 라운드 중 볼이 카트길을 따라 굴러 거리 이익을 보면 농담 삼아 “도로공사 협찬을 받았다”고 한다. 줄여 ‘도로협찬’이라고 한다.
공식 대회에서 볼이 카트 도로로 가장 많이 구른 건 1992년 미국 텍사스 주 오크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텍사스 오픈에서 나왔다. 칼 쿠퍼가 3번 홀에서 친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갔고 갈림길에서 12번 홀 쪽으로 가는 도로를 탔다. 총 거리는 787야드 였다. 볼이 멀리 가긴 했지만 똑바로 간 건 아니어서 원래 그린(3번 홀)으로 가는데 8번 아이언과 4번 아이언을 쳐야 했고 더블보기를 했다.
2013년 PGA 투어 WGC-캐딜락 챔피언십 17번 홀에서 필 미켈슨의 티샷은 카트 패스에 계속 튕기면서 150야드 쯤 갔다. 총 샷거리는 450야드였고 미켈슨은 버디를 잡았다.
도로공사 협찬은 한국에 유난히 많다. 산에 지은 골프장이 대부분이어서 경사도 많고 카트를 타는 문화여서 카트길도 많기 때문이다. 신다인의 카트길 200야드 구름은 역대급 도로협찬이다.
2013년 봄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벌어진 DP월드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번홀(파5, 583야드)에서 루이 우스트이젠의 티샷이 오른쪽 카트길을 타고 갔다. 볼은 카트길에 설치된 스토퍼에 막히는 듯 하더니 이를 뚫었고, 중간에 서는 듯하더니 다시 속도를 내기도 했다.
신다인의 볼이 카트길을 탄 건 35초 정도였는데 우스트이젠의 볼은 2분 정도 굴렀다. 볼이 멈춰서기 전 동반자가 티샷을 할 정도로 오래 걸렸다. 총거리는 500야드 쯤 됐다.
의도적으로 도로 협찬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타이거 우즈는 2013년 DP월드투어 터키시 오픈 초청선수로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대교에서 티샷을 했다. 아시아 대륙에서 유럽 대륙으로 볼을 넘기려고 시도했다. 우즈는 볼을 여러 개 쳤고 그 중 하나는 도로를 맞고 550m 정도 갔다고 한다. 주최측은 그 해 봄에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 우스트이젠의 도로협찬을 참고했는지도 모른다.
도로공사가 아니라 공항공사 협찬을 받는 사람도 있다. 장타 전문 선수로 최장타 기록(579야드)을 가진 카일 버크셔는 활주로에서 공을 쳐 1060야드를 보냈다. 에마뉴엘 카고니카는 활주로에서 904야드를 쳤다.
신다인이 연장 첫 홀에서 우승을 확정했다면 ‘도로 협찬으로 정상에 오른 선수’로 오랫동안 회자됐을 것이다. 하지만 첫 홀 이글 기회를 놓친 뒤, 두 번째 홀에서 정상에 올라 노력으로 이룬 값진 우승을 인정받게 됐다. 첫 홀 도로협찬으로 생긴 이글 기회를 우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위축됐을 텐데 이를 극복했다. 우승자로서 손색이 없다.
참고로, 오거스타 내셔널이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같은 세계 최고 명문 골프장에는 도로 협찬이 없다. 걷는 것이 원칙이라 카트를 타지 않고 카트길은 인공 구조물이기에 만들지도 않는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