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숙 케이아트 이사장 "24회 맞은 부산국제아트페어, 꼭 지켜야 할 약속"

2025-12-05

[비즈한국] 2007년 시작한 부산국제아트페어는 24회를 맞은 올해 ‘유라시아국제아트페어’로 발돋움했다. 행사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케이아트 허숙 이사장을 만나 부산국제아트페어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란 한복을 차려입은 허 이사장은 부산국제아트페어가 본인이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아트페어에서 발굴한 신진작가가 초대작가로, 또 교수로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정말 큽니다.” 허숙 이사장은 부산국제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으로 작가의 성장을 꼽았다. 이는 어린이 청소년 공모전을 계속 해나가는 이유와도 겹친다.

허 이사장은 “청소년, 어린이 공모전은 부산국제아트페어를 하기 전부터 했다. 벌써 40년이 됐다”며 “지금 우리나라 미술이 입시미술로 변질됐는데, 아이들이 자유창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아트페어에는 어린이 청소년 공모전 전시관이 따로 마련됐다. 올해는 세인트폴 국제학교 학생들도 부스를 내, 해외로도 행사가 알려지게 됐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부산 지역에서 국제아트페어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 허숙 이사장은 “처음에는 다들 부산에서 아트페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는 부산이 문화 불모지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밀어붙였다. 부산이 아트페어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구가 있어서 작품 운반과 보관에 유리하고, 일본과도 가깝다. 허 이사장은 “국가 지원 없이 개인이 하기에는 부산이 적합하다. 서울보다 물가도 싸고, 정도 많고, 조금만 벗어나면 시골 풍광이 펼쳐진다. 작가들이 지내기에도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부산의 장점을 꼽았다.

미술시장은 유독 경기에 민감한데, 부산국제아트페어를 20년 넘게 유지해온 비결은 뭘까. 허 이사장은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그 약속은 작가, 관람객, 해외 파트너, 그리고 무엇보다 허 이사장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렇게 분투하다 병도 생겼다. 허숙 이사장은 2019년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 3일 만에 방한한 인도 학생들의 전시장을 찾았다가 실밥이 터졌다. 항암치료 중에는 가발과 모자를 쓰고 아트페어 무대에 섰다. 끝끝내 약속을 지키겠다는 그 마음으로 병을 이겨냈다. 마침내 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행사에서 적자가 나 어려운 적도 많았다. 허 이사장은 “그럴 때는 작가들이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도 열렸다. 인도 인코(In-Ko)센터와도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다. 20년 전 행사로 인해 많은 빚을 지고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났다. 한국 여자가 인도 사원만 찾아다니며 명상을 하니 인도 현지인 사이에 소문이 났다. 누군가 허 이사장에게 인코센터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알게 된 라티 자퍼 원장과는 이제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인연 위에서 인도 첸나이비엔날레, 뭄바이비엔날레가 탄생했다.

최근 전 세계가 K팝, K패션 등 한국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낸다. 그러나 정작 우리 한국화는 미술대학 정규 교육과정에서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허 이사장은 “한국화, 산수화야말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그림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이라면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등장하는 더피와 서씨를 보면 바로 한국 작호도라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그런 근본을 우리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허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관람객에게도 “작가 얼굴 보지 말고 진정성 있게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 그림과의 대화에서 더 많은 걸 얻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부산=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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