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따라 레슬링 입문…1년만에 金 따낸 12살 '최강 소녀'

2025-08-26

지난 24일 경남 고성군 고성국민체육센터. 레슬링 매트 위에서 한 초등학교 여학생 선수가 거침없는 몸짓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가 단숨에 남학생 선수를 넘어뜨렸다. 경북 칠곡군 약동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임하경(12)양이 ‘제53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전국학생레슬링선수권대회’의 60㎏급 자유형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우승을 하는 순간이었다.

레슬링에 입문한 지 1년여 만에 전국 1위를 거머쥔 12살 소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려한 기술 대신 기본 중의 기본인 태클 기술 하나만으로 금메달을 연이어 목에 걸면서 레슬링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태클 연습, 탄탄한 기본기 다져

레슬링 경기에서 초등부는 남녀 구분 없이 체급으로만 경기가 치러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체력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혼성 경기에서 여학생이 이기는 건 쉽지 않다. 더욱이 레슬링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경양은 칠곡호이레슬링클럽에서 지난해 3월 레슬링을 시작했다. 입문 초반만 해도 매트 위에서 번번이 패하며 눈물로 하루를 마쳤다고 한다. 시작 후 석 달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해 “그만두겠다”고 울며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이를 악물고 버티며 이기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처음 우승을 거둔 대회는 지난 4월 전남 장흥군 장흥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레슬링대회였다. 이어 6월에는 경북 상주시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0회 KBS배 양정모 올림픽 제패 기념 전국레슬링대회’에서도 남학생들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24일 경남 고성 대회까지 합쳐 하경양은 전국 규모 대회 개인전 3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경양의 레슬링 훈련 뒤에는 아버지가 서 있다. 아버지 임종구(50)씨 역시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였지만 꿈을 펼치지 못했다. 임씨는 국군 정보사령부 산하 특수부대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 출신으로 ‘될 때까지 한다’는 정신을 딸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이 꿈”

하경양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빠가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해서 버텼고, 지금은 레슬링이 너무 재밌다”며 “매트 위에 서면 오히려 신나고 우리나라 최초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서 여성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레슬링 선수는 모두 남성이다.

레슬링을 오래 배운 또래들과 달리 하경양의 무기는 단순하다. 수십 가지 기술 대신 태클 하나에 집중했다. 국가대표 출신 해설진은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이기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레슬링 입문 1년여 만에 뛰어난 기량과 성과를 보여준 하경양을 위해 칠곡군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하경양은 칠곡의 자랑이자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칠곡군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관심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경양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금메달을 딴 뒤에는 아버지처럼 특수부대에 들어가 군 복무를 하고 싶다”며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이 끝나면 유명인이 돼 영향력을 넓히고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로 돈을 벌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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