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17일 “다른 당사국을 겨냥한 어떤 동맹이나 그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동맹 체결 금지를 규정한 ‘영구선린우호협력조약’을 러시아 영향권인 중앙아시아 5개국과 체결했다.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에 참석한 6개국 정상들은 ‘아스타나 선언’에 합의하고 “상호존중·상호신뢰·상호이익·상호협조·고품질발전”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중국·중앙아시아 정신’을 처음으로 제창했다.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C5+1 정상회담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영구적 선린우호협력조약’을 공동으로 체결했다”며 “6개국 관계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이자 중국 주변 외교의 선구적 업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모두 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인민일보가 18일 보도했다.

총 15개 조문으로 구성된 영구선린조약은 3조에서 “각 당사국은 다른 당사국을 겨냥한 어떠한 동맹이나 그룹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다른 당사국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대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소다자 그룹에 중앙아시아 5개국의 가입을 막으려는 시도로 풀이되는 조항이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세계는 새로운 격동과 변혁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일방주의·보호주의·패권주의는 남과 자신에게 해를 끼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5월 중국 시안(西安)에서 처음 발족한 C5+1 정상회담 메커니즘은 2년마다 중국과 회원국을 오가는 방식으로 개최된다.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외신들은 G7을 겨냥한 중국의 외교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는 의장국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시 주석,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C5+1을 중국이 러시아를 견제하는 조치로 풀이했다. “중국·러시아·중동·유럽 사이의 전략적 위치에 중요한 물류허브인 중앙아시아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스크바와 관계를 조절하고 있다”고 AFP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지배해 온 중앙아시아에 중국의 영향력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아스타나 선언은 2년 전 시안 선언과 비교해 장관급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했다. ‘영구조약’을 체결한 것 외에도 C5+1 사무국을 개설해 상설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초대 사무총장은 쑨웨이둥(孫煒東·58) 전 러시아 공사를 임명했다. 또 이른바 ‘중국·중앙아시아 정신’을 제시하는 한편 경제 원조도 강화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앙아 5개국에 15억 위안(약 2867조원)의 무상원조를 약속했다. 선언은 차기 정상회담은 2027년 중국에서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리칭쓰(李慶四) 인민대 교수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 후 시 주석의 두 번째 주변국 방문”이라며 “아프리카와 남미와 비교해 주변국을 잘 관리하는 것은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