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꽃이 집 앞으로” MZ, 구독경제 ‘소확행’

2025-10-10

“출근길에 문 앞에 꽃이 도착해 있으면 하루 시작이 달라져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윤지(29)씨는 지난 6개월간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활짝 핀 생화를 마주하며 기분 전환도 하고, 친구 생일에는 구독앱으로 바로 꽃 선물도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매주 색다른 소확행을 맛볼 수 있어서 앞으로도 구독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 음악·영상 스트리밍 등 콘텐트 중심 수요에 집중됐던 ‘구독경제’가 최근엔 꽃·와인·세탁 등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생활 패턴과 선호도의 변화에 맞춰 단순한 반복 소비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4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국내 소비자가 10명 중 4명(39.8%)에 달했다. 1~2개는 33.9%였고 5개 이상도 26.3%나 됐다. 월간 구독료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3~10만원을 쓰고 있었고 응답자의 14.9%는 월 15만원이 넘는다고 답해 구독 서비스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40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도 올해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구독 서비스가 한층 다양해지고 범위도 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건강·생활가전과 가구 등 실생활에서 편의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상품은 물론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각종 취미·여가 활동에 대한 구독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구독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면서 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는 수요자들도 구독이 시간과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꽃배달 못지않게 인기를 모으는 구독 서비스 중 하나는 ‘와인 정기구독’이다. 세계 각국 와인을 설명서와 안주 페어링과 함께 매달 보내주는 이 서비스는 가게에서 고르기 힘든 와인을 대신 큐레이션해 주면서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직장인 이두준(34)씨는 “와인을 좋아하지만 뭘 사야 할지 몰라 늘 고민이었는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번 새로운 와인을 맛보는 재미가 생기면서 지금은 퇴근길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매칭을 통해 와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의 김은애 부사장은 “이제 구독 서비스는 단순히 물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구독자 개개인의 취향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만족도를 높여가느냐가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생활형 구독’ 서비스도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세탁 구독. 집 앞에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는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늘자 이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주방용품·생필품과 반찬 등 다양한 일상 속 수요로 구독경제가 확장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젠 구독이 생활을 대신 책임진다”는 인식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생 노현수(26)씨는 “고시를 준비하면서 식사가 늘 불규칙했는데 반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모님도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며 “무엇보다 ‘시간을 돈 주고 산다’는 느낌이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고 분야도 다양해지자 최근엔 대형 유통·IT기업도 잇따라 구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구독 서비스가 개인 맞춤형 콘텐트와 체험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는 구독을 통해 생활 루틴을 적극적으로 외주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어떻게 소비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살아가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주 4.5일제 도입 등으로 여가시간이 늘면 남는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구독 서비스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해지 절차의 번거로움과 품질 편차 문제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는 지적도 곁들여진다. 직장인 장모(35)씨는 “세탁물 수거·배송을 맡기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도착이 지연되거나 세탁 후 옷감이 손상됐는데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며 “처음엔 마냥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구독 서비스 시장은 계속 확장될 여지가 많지만 소비자들의 불편·불만을 어떻게 반영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적 견제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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