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구의 긴 줄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이달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개막한 빙쉐다스제(빙설대세계)의 첫인상이다. 매년 겨울마다 열리는데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방문한 이곳에선 역대 최대 120만㎡에 달하는 새하얀 눈밭 위로 수십m 솟은 대형 얼음 건축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만리장성과 황학루 등 유명 명소도 얼음을 깎아 옮겨놨다. 높이 120m 대관람차와 최대 길이 521m에 달하는 미끄럼틀은 화룡점정이었다.
개막 당일에만 5만 명 가까이 몰렸다. 관영 매체들은 “맹추위에도 관광객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기록한 방문객 356만 명을 넘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영화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온몸을 꽁꽁 둘러싼 사람들이 연신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실제 풍경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면서 “예전에 다녀온 일본 홋카이도보다 하얼빈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관광객 온기가 중국의 설국을 데우는 사이 매서운 겨울바람은 소설 『설국』의 본국으로 향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중·일 관계는 하얼빈 쑹화강(松花江)의 얼음장보다도 차갑다. 하늘과 바닷길을 점차 끊으면서 핵 보유 발언과 역사 인식 등 사사건건 일본을 비난하고 있다. 두 달째 이어진 악화일로에 양국 사이는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다.
다만 과거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나 수천 명이 들고 일어나는 반일 시위는 없다. 일본을 향한 찬바람은 중국 안과 밖에서 다르게 불고 있다. 내년 상반기 열릴 미·중 및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정세는 급격히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일본 매체 기자도 머지않아 중·일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한국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한·미·일 공조를 견제하는 중국은 연일 한국과 ‘거리 줄이기’ 중이다. 관영 매체는 특집 기사를 쏟아내고 양국 협력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독도 등 역사 문제를 꺼내 들며 ‘내 편이 돼라’고 말하고 있다. 경주 APEC에 이어 올해도 한·중 정상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하얼빈 만하툰백화점 지하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털모자와 두꺼운 외투, 장갑 등을 쇼핑하는 하얼빈 여행 필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동서로 놓인 설국 사이 겨울바람을 맞이하는 우리의 준비물은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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