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가 세계 富 75% 차지, 하위 50%는 2%뿐…세계 불평등 ‘정점’

2025-12-10

전 세계 부(富)가 ‘역사적 정점’에 도달할 정도로 커졌지만, 소수에게만 쏠리는 불평등도 극대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자 상위 10%가 세계 부의 4분의 3을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2%에 그쳤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공개한 ‘2026 세계불평등보고서’의 내용이다. WIL은 도서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주도해 만든 연구소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200명 넘는 연구자들이 참여해, 올해 기준 각국의 소득ㆍ자산 관련 데이터를 공동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부자 0.001%에 해당하는 약 6만명은 1인당 평균 10억 유로(약 1조7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가 가진 평균 자산은 6500 유로(1100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0%로 넓혀도 부의 쏠림은 뚜렷했다. 상위 10%가 부의 75%와 소득의 53%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부의 2%와 소득의 8%를 보유한 데 그쳤다.

분석 결과, 부의 쏠림은 급속도로 진행된 걸로 나타났다. 1995년 이후 30년 동안 극소수 상위 계층(0.001%)의 자산은 연 8% 이상 늘었는데, 하위 50%는 연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극소수의 소수가 전례 없는 재력을 갖게 된 반면, 수십억 명은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성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정부가 세금(누진세)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이전지출(연금ㆍ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의 재분배가 불평등을 완화했다고 짚었다. 다만 지역마다 효과가 달랐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인 유럽·북미가 가장 효과적인데, 이들 지역에서는 조세ㆍ복지 체계를 통해 소득 격차를 30%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억만장자와 1억 달러 이상 최상위 부유층일수록 실효세율(실제 소득 대비 세금 비율)이 낮아지는 ‘역진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성별 격차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 세계 여성의 임금 소득은 남성의 61% 수준에 머물렀다. 무급 가사활동과 돌봄 노동까지 포함하면 여성의 시간당 소득은 남성의 32%로, 반 토막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여성은 남성보다 계속해서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번다”며 “이러한 불균형은 여성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한하고, 정치 참여를 제약하며, 부의 축적을 늦춘다”고 짚었다.

평균의 함정 뒤에는 지역 간 격차도 숨어있다. 북미 ㆍ오세아니아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 약 13배 더 많이 벌고, 글로벌 평균보다 3배 더 많이 버는 걸로 나타났다. 계층 이동의 핵심 기반이 되는 공교육 지출도 차이가 컸다. 올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아동 1인당 평균 교육 지출은 220유로(37만원)에 불과한 반면, 유럽은 7430유로(1270만원), 북미ㆍ오세아니아는 9020유로(1542만원)였다. 많게는 40배가 넘는 격차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격차는 여러 세대에 걸쳐 기회를 제한하고, 기회 불평등을 굳혀 글로벌 부의 격차를 더 깊게 고착시킨다”고 설명했다.

서문을 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역사와 여러 국가의 경험, 이론은 오늘날의 극심한 불평등이 불가피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누진세, 강력한 사회 투자, 공정한 노동 기준, 민주적 제도는 과거에도 (부의) 격차를 줄여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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