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2025-10-22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처럼, 낯설고도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김헌수 시인의 첫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브로콜리숲·1만3,000원)이 출간됐다.

 동시집 속에는 유기견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큰곰자리를 좋아하는 친구, 달팽이가 느릿느릿 남긴 반짝이는 길, 흰긴수염고래가 건네는 물결 소리, 친구들과 켜고 끄는 유쾌한 일상이 담겨있다. 사람과 동물, 사물과 자연까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놓치던 ‘세상의 비밀’을 동심의 언어로 펼쳐낸다.

 특히 표제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은 이 시집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텔레비전에서 본 ‘흰긴수염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있대’라는 사실을 아이의 시선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자신의 귀지 속에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쌓여 있을 거라 상상한다. 사소한 몸의 일부를 통해 ‘하루하루의 기록’이라는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순간, 동심은 깊은 성찰로 확장되는 것이다. 또 다른 시 ‘빗소리라도 들었으면’에서는 석 달 넘게 우산꽂이에 갇혀 있던 우산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돌돌 말린 아빠 우산은 입이 바싹 말랐다/ 살 하나 부러진 동생 우산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다’는 표현은, 단순히 사물의 묘사를 넘어 가족의 모습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읽힌다. 우산조차 답답해하는 시간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일상과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김헌수 시인은 “동시집을 읽는 동안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면 그건 당신 안에 숨어 있던 아이가 깨어나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어릴 적 귀 기울여 들었던 빗방울 소리처럼 이 동시들이 당신의 마음을 두드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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