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우주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화성 개척'을 내세우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와 AFP통신 등이 전했다.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정부 기관의 대대적인 축소·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NASA 역시 그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NASA는 전날 저녁 늦게 짐 프리 부국장이 퇴직한다고 발표했다. NASA에서 30년간 일해온 그가 돌연 퇴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 언론은 프리 부국장이 그동안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이 계획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르테미스는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이 1972년 중단된 이후 반세기 만에 다시 인류를 달 궤도에 보내려는 NASA의 역점 사업으로, 전체 3단계 중 1단계만 수행됐으며 남은 2·3단계는 몇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과 2027년에 시도할 계획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7년부터 추진됐지만, 이 계획에 비판적인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조언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주와 관련해 아르테미스 설계는 결과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자리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극히 비효율적"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그곳에 성조기를 꽂겠다. 개척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인류가 지구 외의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도록 화성을 개척한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한 뒤 한꺼번에 100명을 태워 화성에 보낼 수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우주정거장을 궤도에서 빼낼 준비를 시작할 때"라며 "화성으로 가자"(Let's go to Mars)고 썼다.
이는 NASA가 그간 우주비행 임무의 핵심으로 삼아온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에서 탈피해 화성 개척을 우선 과제로 두자는 것으로, NASA의 한정된 예산 지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2011년 완공된 ISS는 첫 모듈이 발사된 이후 20여년이 흘러 고장이 잦아지는 등 노후화 문제를 맞게 됐고, NASA는 2030년에 ISS를 폐기하고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스페이스X는 우주정거장 건설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머스크의 주장처럼 실제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나 ISS, 민간 우주정거장 계획을 백지화하려면 의회 내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NASA의 두 계획 모두 텍사스주와 앨라배마주, 플로리다주 등에 걸쳐 수많은 일자리와 관련돼 있어 폐지를 시도할 경우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 정부 입장에서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포기할 경우 중국이 먼저 달에 국기를 꽂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AFP는 짚었다.
아울러 스페이스X의 주요 사업인 화성 개척을 앞세우자는 머스크의 주장은 또다시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머스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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