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 한 켠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가 오늘도 주민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고려인 청소년들이 ‘제2의 빅토르 최’를 꿈꾸며 기타 줄을 튕기는 이곳은 2023년 10월 문을 연 고려인마을 기타교실이다.역사마을 1번지로 널리 알려진 이곳에서 아이들은 기타를 손에 쥐고 노래한다. 언젠가는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처럼 세상을 울리는 노래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작은 다짐이 담겨 있다.
5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현재 기타교실에는 초·중·고 학생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저녁 기타의 기초부터 한 음 한 음 배워가며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꿈을 키우고 있다. 단순한 악기 수업을 넘어, 낯선 조상의 땅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배움터가 되고 있다.
기타교실을 이끌고 있는 이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마을 지도자 유가이 발레르 씨다. 2020년 고국을 떠나 광주에 정착한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이 전쟁터가 되자 가족과 지인들을 광주로 불러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현재는 마을 악단을 조직해 고려인마을의 다양한 행사에 음악으로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유 씨는 “기타교실이 아이들에게 건전한 여가와 새로운 꿈을 열어주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언젠가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당당히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기타교실 덕분에 자녀들이 음악 속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가는 모습은 가족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기타교실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고려인의 날’ 행사에서 주민 초청 연주회를 열어 아이들이 직접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 선율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마을 주민들에게는 깊은 감동으로 돌아온다.
이제 낯선 조상의 땅 광주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 선율은 단순한 음표가 아니다. 그것은 고려인 선조들이 지켜온 뿌리 위에 청소년들이 새롭게 써 내려가는 희망의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오늘도 이 작은 마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물들이고 있다.
사실 고려인마을은 지난 20여 년간 ‘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문화공동체를 일궈왔다. 2006년 창단한 아리랑가무단을 시작으로, 2017년 고려인어린이합창단, 2018년 청소년오케스트라 ‘아라랑’,김블라디미르문학관, 마을극단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예술을 통한 자긍심과 꿈을 키워주고 있다.
또한 고려인문화관에는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담은 1만 2천여 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고, 홍범도장군 흉상이 세워진 홍범도공원과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운영하는 미술관도 마을의 자랑이다. 중앙아시아 테마거리와 고려인마을특화거리까지 더해지며, 고려인마을은 이제 누구나 찾고 머물고 싶은 진정한 ‘역사마을1번지 로 성장하고 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