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여러분은 요즘 은행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시나요? 모바일 또는 인터넷 뱅킹을 주로 사용할 테고, 가까운 지점에 방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해당 은행의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은행과 소비자의 접점이 알게 모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최근 스타벅스, 당근, 컬리 등 비금융 관련 유통 회사들과 앞다퉈 손을 잡고 있습니다. 당장 큰 돈이 되진 않아도 고객과 접점을 넓히는 ‘스며들기’ 전략을 쓰고 있는 건데요.
오늘 ‘경제뭔데’ 코너에서는 최근 은행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임베디드(Embedded·내장된) 금융’을 알아보겠습니다.
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 서비스에 금융 기능이 내장된 것을 말합니다. 이제 자사 플랫폼에만 머물 여유가 없는 은행들은 비금융 채널에 금융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굳이 은행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은행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죠.
이를테면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에 ‘계좌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충전 카드로 결제할 때만 제공한 ‘별’ 적립이 KB은행의 간편 결제로도 가능해진 거죠. KB은행은 최고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 통장인 ‘별별통장’도 출시했습니다.
은행으로선 당장 큰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스타벅스와 제휴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던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만든 효과를 거뒀습니다. 국민은행은 또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과 올해 안에 ‘쓱KB은행’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개인 고객과 입점 사업자가 SSG닷컴에서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관련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나은행은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과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 3월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내놨습니다. 당근페이 이용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도 제공합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에는 항공·숙소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 놀유니버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 서비스의 외연을 여가 산업까지 넓혔습니다.
올해 임베디드금융국을 신설한 NH농협은행은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의 간편 결제 서비스 컬리페이와 손을 잡고 제휴 통장을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고객이 컬리의 충전금을 제휴통장에 보관하면 결제할 때 자동으로 연결해주고 예치금에 대한 이자 수익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죠.


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에 뛰어든 이유
은행이 왜 이렇게 온라인 관련 비금융 회사들과 손을 잡을까요.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자’로 수익을 많이 냈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2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으로 60조원에 육박했죠. 경기 침체 속에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비판 여론이 더욱 커졌습니다. 지금도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은행들로서는 ‘이자 장사’가 아닌 ‘비이자 이익’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퍼지면서 ‘임베디드 금융’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 상품을 통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면서 신규 고객 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저원가성 예금’ 등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 고객의 혜택을 늘리는 동시에 은행의 재무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근페이’ ‘스벅 충전금’ ‘컬리페이’ 등 선불 충전금처럼 ‘잠시 보관’해둔 예금은 은행 입장에선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상품입니다. 고객 개인으로선 큰 금액이 아닐지라도 여러 명의 ‘소액 충전금’이 은행 입장에선 의외로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고객까지 모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도 따라오는 거죠.
금융당국도 혁신 관점에서 임베디드 금융 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미래대응금융 TF’에서 임베디드 금융을 생성형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과 함께 금융에서 활용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꼽았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은 전체 은행 수익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분야”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전통적인 금융 업무에서 벗어난 시도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베디드 금융 시장에서 은행 간의 경쟁이 활발해지고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나고 다양해지면, 소비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변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임베디드 금융 시장이 성장하면서 비금융기관이 금융산업에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는지,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등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요. 신경희 선임연구원은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주요 금융기관이 임베디드 금융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관련 생태계 수익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