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을 행복산업·전략산업으로 키우려면

2025-07-21

국내 관광 명소뿐 아니라 골목과 전통시장에도 요즘 외국인이 많이 몰리고 있다. 2024년에 약 164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역대 최고 성과였던 2019년의 약 1750만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올해는 아마 2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관광 성적표는 아직 세계 관광 시장의 성장 추세나 경제 기여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2024년 세계 관광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평균 약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광산업의 GDP 기여율이 3%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2024년 관광 소비액이 8조 1257억 엔으로, 자동차산업 다음으로 외화를 많이 벌어들였다. 스페인은 GDP의 15.6%를 관광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 규제완화로 관광대국 도약

국가관광전략회의 상설화하고

관광기본법·진흥법 전면 개정을

그동안 관광 분야는 새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큰 기대를 해왔다. 첨단분야만큼이나 성장 추세에 있는 관광산업에 정책을 좀 더 집중한다면 관광산업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관광발전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관광정책 및 기반 조성’ 지표는 61위로 관광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6·3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의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국내 정치 혼란이 점차 안정을 되찾으면서 트럼프 2기 보호주의 정책의 악영향에도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새 정부는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등 실용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국정 기조는 실용적인 정책이 필요한 관광 분야에서 특히 절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처음으로 관광산업 전문가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한 인사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 관광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앞으로 새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 수입 400억 달러 시대를 열어야 한다. 또 10대 혁신 ‘트레블 테크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 지역 인구 소멸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하고 싶은 여행 기회를 확대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남북 관광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 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10년 만에 관광 대국으로 급성장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12년 관광 입국이라는 법률 체계에 따라 총리 주재로 관광 회의를 열어 각 부처의 활동을 일사불란하게 점검·조정해왔다. 실제로 일본은 2013년 외국 관광객 1036만 명으로 처음 1000만 명 선을 넘었고, 10년 만인 2024년에는 3687만 명을 기록했다. 총리가 직접 주재해 비자 발급 요건 완화, 항공 자유화 정책, 면세 조치 확대, 민박과 간이숙소 인허가 촉진 등을 과감하게 추진한 결과다.

한국도 정부 조직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벤트성으로 가끔 열던 국가관광전략회의로는 복잡하고 융합적인 관광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상설기구로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의 해양관광,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광, 환경부의 생태관광, 법무부의 비자 제도 등을 아우르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에 관광 비서관을 임명해 업무를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관광 시스템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새 정부는 오래된 관광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관광산업을 혁신하고, 국토를 고르게 활용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광산업을 총괄할 수 있는 관광산업진흥원을 신설해 K-콘텐트를 활용하고 관광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2035년에 세계 관광 산업은 16조5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은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에는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관광을 새롭게 인식해 행복 산업이자 핵심 전략산업으로 키우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국회관광산업포럼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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