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2.0 시대의 '방산협력' 카드

2025-01-19

동맹국까지도 무역상의 경쟁자로 간주하고 안보협력에 있어서도 공격적 부담 분담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에서 한미 동맹 역시 적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호혜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동맹의 생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국제 관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트럼프 2.0 시대는 한미 동맹의 체질 개선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국이 지니는 전략적 가치와 동맹이 가져다주는 수혜를 적절히 부각할 수 있다면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한미 방산협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을 위한 개입이나 관여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방 예산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문제는 미국의 방산 경쟁력, 특히 선박 건조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조선 업계의 현 수준을 보면 함정 건조 능력이 연간 구축함 기준 1.5척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간 해군력에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 동맹국들과의 조선 협력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한미 조선 분야와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의 생산과 유통의 공유 즉 ‘프렌드쇼어링’이 이뤄질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세계 정상급 조선 능력은 미국에도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한미 방산협력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무장시키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3~5%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동맹국들 스스로의 역량 확충을 요구해왔다. 과거와 달리 이제 동맹국들이 미국을 도와 강대국 간 전략 경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메시지다. ‘K방산’으로 대변되는 한국 방산의 강점은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무기 체계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협력을 통해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의 또 다른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노릇을 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양국의 호혜적 이익이 될 것이다. 한미 방산협력은 한미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증가시키고 상호운용성은 파트너 전력의 활용 가치와 직결된다. 아무리 실물적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라고 하더라도 미국과 가장 효과적으로 작전을 함께할 수 있는 동맹국을 방기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한미 방산협력이 오히려 다른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미국의 미중 ‘디커플링’에 연루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방산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대국들 간의 ‘디커플링’이 이뤄져왔다. 한미 간 방산협력과 국방 공급망의 공유는 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카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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