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셰프 에드워드 리가 한국에서 보낸 지난 1년을 자필 편지로 풀어냈다. 재미교포 출신인 그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글로 쓴 세 장의 편지를 공개하며, 한국을 향한 깊은 애정과 삶의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해당 편지는 공개 6일 만에 ‘좋아요 16만개’ 이상을 얻으며 공감을 받고 있다.
편지는 “내 피는 이제 순창의 햇빛에 말라가는 고춧가루의 색이 되었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매운 맛’을 좋아하게 된 자신”을 이야기하며 “김치 맛을 못 본 날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적었다.
에드워드 리는 안동의 산길을 걸었던 첫 경험, 여수에서 낚시를 한 일, 인천에서 처음 먹어본 자장면 등 구체적인 일상 풍경을 묘사하며 한국에서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기록했다. 특히 속초 바닷가의 파도를 보며 “나는 여기에 속해 있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장면에서는, 정체성과 소속에 대한 고민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그는 “부서지는 파도가 되고 싶지 않다. 한국의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되어 내 집이라고 부르고 싶다”라며 한국을 향한 마음이 단순한 감상적 표현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선언’으로 이어졌음을 표현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 여기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한국 사람들의 얼굴과 미소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썼다. 편지는 결국 “언젠가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마지막에는 한글 이름 ‘이균(Edward Kyun Lee)’을 직접 적어, 한 해 동안 깊어진 한국과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에드워드 리는 미국 남부 요리 전문가이자 저술가다. <스모크 앤 피클>, <버터밀크 그래피티>, <버번 랜드> 등 책 3권을 펴냈다.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는 총괄 셰프를 맡기도 했다.
SNS에 공개된 편지는 게시 직후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16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편지 전문>
일 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한국을 찾은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흑백요리사 때문에 유명해진 지도 1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바깥에서가 아닌 안에서 처음 본 것 역시 1년이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 피는 이제 순창의 햇빛에 말라가는 고춧가루의 색이 되었습니다. 내 입맛이 매운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김치 맛을 못 본 날엔 잠이 안 와요.
올해 참 많이도 울었는데, 그 따뜻한 눈물이 부산의 여름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느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행복과 감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많은 장소를 보았습니다. 처음 안동의 산길을 걸어봤습니다. 처음 여수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인천에서 자장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익숙한 맛이 새로운 맛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아직도 제주의 사투리를 이해할 수 없지만, 단어는 모르지만,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속초에 갔을 때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마치 내가 그 파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갑자기 파도처럼 한국에 밀려온 걸까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여기에 속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파도처럼 다시 어둠이 가득한 바다로 끌려가게 될까. 나는 부서지는 파도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한국의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되어 내 집이라 부르고 싶어요.
나는 뉴욕에서 자랐습니다. 미국에서 힘들지만 멋진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내가 자란 집을 사랑했고, 부모님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마음, 나도 한국인이었어.
나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한국에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음식. 51년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올해까지 나는 나를 한국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한국 사람들의 미소와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요.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코 감사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1년간 내 가슴이 통배추김치 한 포기만큼 커졌어요. 올해 내 땀은 젓갈을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짠 것 같아요. 떡도 너무 많이 먹어서 턱 모양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눈이었습니다.
내 눈은 한국의 모습들을 사진처럼 포착합니다. 서울에서, 명동 아니면 강남의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멈춰서서 지켜봅니다. 수백 명의 한국인 얼굴이 바쁜 일상 속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내 눈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언젠가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균, Edward Kyun Lee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9) 냉전 권력의 심부 겨냥하는 여성 작가 출현](https://img.khan.co.kr/weekly/2025/12/26/news-p.v1.20251225.fb57f9dfa0f640ada48e0c980a9b5bf3_P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