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ʻ대한민국 치매 현황ʼ 보고서(2023년)를 통해 우리나라 고령자의 치매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65세 인구 중 치매환자 수는 92만3000명으로 전체 고령자 중 약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지난 12년 사이 노인 치매 환자 수의 증가율은 무려 256%나 되어 같은 기간 노인 인구 증가율(68%)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이다. 한편 85세 이상 노인은 10명 중 4명이 치매환자로 나타나 있고,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치매환자 수가 약 300만명을 넘어 고령 인구 가운데 약 17%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매환자의 실종신고 건수는 2022년 기준 1만 4527건으로 5년 전 대비 2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치매 고령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치매 고령자가 타인에게 물리적인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손해배상 소송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 민법상으로는 책임무능력자의 감독책임을 가족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감독책임 의무에서 가족을 배제하게 되면 제3자가 치매 고령자로부터 입은 물리적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어 치매 고령자에 대한 손해배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이러한 사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2017년경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해 사회적으로 치매 안전망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2022년경 일부 지자체에서 치매환자 부주의로 인한 손해 배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치매 고령자 수는 2025년 약 730만명(65세 이상 5명 중 1명에 해당)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고령자 수가 많은 만큼 치매환자 수도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은 약 14조5000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 실종자 수도 최근 증가세로 1만5000명이 제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치매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환자로 인한 물질적 또는 상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아이치현 오부시에 거주하는 91세의 치매환자 남성 A씨가 새벽에 자택에서 부인이 잠든 사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자, 철도회사가 피해복구비용과 아침 출근시간의 대체교통비용 발생에 대해 720만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치매환자에 대한 감독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며 손해배상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전액을, 2심에서는 360만엔 지급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2016년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는 A씨 부인과 장남에게 치매 고령자의 감독의무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음을 감안해 가족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 부인의 경우 85세인 점, 거동이 불편해 간병상태에 놓인 장남의 경우 20년 이상 부모와 동거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어 감독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일본에서는 치매 고령자가 타인에게 물리적 손해를 입힐 경우 어느 누구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이에 2017년 11월 처음으로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손해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해 치매 고령자가 지역주민에게 입힌 물리적 피해 사고를 구제하는 고령자개인배상책임보험 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후 점차 이와 유사한 제도가 일본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치매 고령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치매 고령자가 타인에게 물리적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2022년 3월 전북 익산시, 2022년 5월 충남 천안시에서 치매환자 부주의로 인한 손해에 대해 각각 100만원과 500만원 범위 내에서 배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치매 고령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치매환자가 갑작스럽게 일으킨 물리적 사고는 환자 본인과 가족, 사회적인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 치매 고령자가 타인에게 물리적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유사한 손해배상청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민법상 치매환자의 감독책임을 일본과 같이 환자 가족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감독의무에서 가족을 배제했던 일본 판결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재택요양 시 가족들이 치매 고령자를 24시간 돌볼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치매 고령자 보호에 대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3자 피해구제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