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이재명 위해 법 농락했나

2024-10-10

교정시설 취재를 위해 지난 7월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거기서 수용자와 같은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콩나물국·간장불고기·쌈무·배추김치였다. 교도소 메뉴판이 인터넷에 오를 때마다 “왜 좋은 음식을 주느냐”는 비난 글이 달린다. 수용자 식단표에 오른 카레·떡국·시리얼·수프 같은 이름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법하다. 밥을 한 숟갈 뜨고 반찬을 차례로 맛보자 35년 전 군대에서 품었던 의문이 되살아났다. “같은 재료인데 왜 이런 맛이….” 한 법무부 간부는 “한 끼 단가가 2000원도 안 된다”고 넌지시 알려줬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에서 연어회를 주며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할 때마다 식판 위의 교도소 반찬이 떠오른다. 민간 요리에 설레는 수용자 마음이 짐작된다.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의 처신엔 문제가 크다. 그는 검찰에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북한 방문을 위해 쌍방울그룹 인사가 북한에 돈을 건넨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얼마 뒤 그는 수사 검사가 연어회 등을 제공하며 회유한 탓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번복했다. 고작 회 몇 점에 자신을 경기도 2인자로 발탁해준 은인을 궁지로 몬다는 말인가.

진술 번복의 세부 사정은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연어회 이외에도 갈비탕과 짜장면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다고 야당 대표의 인생을 나락에 빠뜨릴 만한 거짓말을 꾸며낼 순 없다.

“일부러 허위 진술” 청문회서 주장

검찰 수사 무력화 위한 밑밥 깔기

이 전 부지사는 놀라운 추가 고백을 했다. 그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7월 29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허위진술을 했다”며 “그 전에 변호인한테 그날 이 대표 일정이 있나 봐 달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당일에 일정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러 진술을 번복하려고 그날로 적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파티도 하고 술도 가져왔고 회덮밥에 연어에다가 과일에다가 소주까지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답변을 듣던 박 의원이 “증인(이 전 부지사)은 당시 취약한 상태에서 중한 죄로 처벌받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 속에서…”라고 감쌌으나 거짓 진술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검찰에 거짓 진술을 한 뒤 재판에서 뒤집으려는 술책이라는 얘기다. 이는 뇌물 받은 고위 공직자가 종종 써먹는 수법이다. ‘○월 ○일 모 호텔 커피숍에서 돈을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뒤 법정에서 “해당 일에 지방 출장 중이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뇌물 사건에선 날짜 차이가 예민할지 몰라도 늘 만나는 지사와 부지사 사이의 보고 일시 착오는 기억의 오류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순간을 모면하려 이 대표를 죄인으로 만드는 허황한 스토리를 지어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9년6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지사에게 보고했는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판단하지 않았다. 자신의 형량과도 관련 없는 사안을 추후 번복하려고 거짓말했다고 우기느니 차라리 연어회에 혹했다는 편이 낫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노인수 변호사는 저서 『검경 수사 잘 받는 법』에서 “일관성 없이 진술이 바뀌게 되면 모든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져 사실까지 의심받게 된다”고 충고한다.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도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방북 송금 정말 보고 안 했을까

이 전 부지사의 청문회 증언은 오히려 부도덕성만 드러냈다.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법정에서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북한 방문을 추진하는데, 부지사가 관여해 조선노동당에 미화 200만 달러를 건네는 동안 도지사는 까맣게 몰랐다는 주장을 믿게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무기 삼아 ‘연어회 파티 죄’로 수사 검사를 탄핵 소추할 수 있겠지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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