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도시·자연·사람 함께 도농상생 공동체 실현

2024-10-27

한때 유럽을 배우자는 말이 많았다. 농업보조금 정책, 첨단온실 재배 등 유럽의 선진 농업시스템을 도입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올초 유럽을 휩쓴 농민들의 대규모 트랙터 시위는 환경 규제, 전쟁, 난민 같은 키워드와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면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흠모의 대상이던 유럽은 어디로 갔는가. 유럽 농업·농촌의 현실과 농정 변화를 예비청년농의 참신한 눈으로 짚어본다.

네덜란드는 전세계적으로 ‘농업에 진심인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국토의 50% 이상을 농토로 활용하고 있고, 그 면적은 1만8120㎢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의 농지면적이 1만6030㎢인 것을 고려하면 농지면적은 흥미롭게도 네덜란드가 더 넓다. 국토면적은 대한민국(남한 기준)이 네덜란드의 두배를 웃도는데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농업 트렌드가 있다. 바로 ‘커뮤니티 농장’이다. 도시와 농장이 서로 연결돼 농장은 도시의 인프라와 농산물 수요로 혜택을 얻고, 도시는 농장에서 자연경관, 환경적 이로움, 신선한 식품을 얻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학교(WUR)도 이 트렌드에 주목해 헤이그·알메러 등 주요 도시의 커뮤니티 농장 사례를 연구한 바 있다.

최근 WUR의 사례 연구에도 소개된 데 스타츠보에데레이(De Stadsboerderij)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23만명이 거주하는 알메러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30분 거리에 자리한 위성도시다. 이 농장은 알메러 시내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농장주 티네케 판 덴 베르흐씨에게서 농장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데 스타츠보에데레이 농장은 1996년 설립돼 현재 210㏊의 넓은 면적에서 다양한 작물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다. 화학비료·농약을 쓰지 않고, 토양의 질소량은 특수한 클로버 작물을 심어 보충한다. 농장에서 소를 키우면서 주변 축산농가와 협력해 건강한 퇴비를 직접 생산한다.

그러나 이 농장의 진짜 특별함은 농장 중심부와 변두리에 있는 주거구역에서 드러난다. 농장의 전원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농장 중심부의 일정 구획이나 외곽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티네케씨는 농장 주변 거주민들에게 다양한 체험시설과 구독형 텃밭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말에는 파머스마켓을 열어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커뮤니티는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된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파머스마켓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 농가들도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또한 이곳은 커뮤니티 농장의 장점을 넘어 사회적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그 예가 농장 중심 구획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거주시설이다. 비록 작은 컨테이너 주택이지만 마당과 가구, 전기시설까지 커뮤니티 주민들의 도움으로 마련됐고 우크라이나에서 집을 잃은 4가구가 거주 중이다.

티네케씨는 “앞으로 이 지역에 초등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단순히 농산물 생산만을 담당하는 농장에서 벗어나 도시·자연·사람이 함께 서로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알메러 커뮤니티 농장. 우리나라가 선진농업으로 나아갈 때 충분히 참고해볼 만한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천민조 네덜란드 AE RES 응용과학대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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