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가축질병 현장 진단기술의 변화

2025-01-07

모든 힘을 지배할 악의 군주 ‘사우론’의 절대 반지가 깨어나고 악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해가며 진행되는 세계적인 영화 ‘반지의 제왕’이 공개된 후 ‘이런 절대 반지를 나도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영화 출시 23년이 지난 2024년 국내 기업에서 ‘갤럭시 링’ 반지를 출시했다. 절대 반지는 아니지만 24시간 활동, 혈당, 심박수, 수면의 질 등을 측정해 사람마다 맞춤형 질병 예방·진단을 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착용하는 전자기기)’가 본격 가동된다는 점에서 동물 질병 분야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달리 가축 질병은 발견과 진단에서부터 큰 차이점이 있다. 첫째, 가축은 아프다는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다. 둘째, 사육 환경에 따라 발생 질병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셋째, 아프다고 병원에 찾아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축의 건강·질병 관리는 농장주 관심과 수의사 치료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농장 가축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질병 증상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악성 가축전염병을 현장에서 신속히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 건강·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미국·유럽 등지에선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가축 질병 진단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돼지는 발성을 통한 호흡기 질병 탐지기기, 분만 알림이, 적외선 체온 측정 장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활용한 행동 측정 장치 등이 있다.

소에 대해선 다양한 형태의 센서를 통해 발정·반추·행동·체온 등을 탐지하는 기기가 사용된다. 지금은 센서를 통해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한 뒤 수의사를 통해 진단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지만 미래엔 정밀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개체마다 장착돼 혈당 등을 실시간 측정할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기존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디바이스를 결합해 가축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분광기 기반 나노센서를 활용한 바이러스 모니터링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가축 질병을 예방하고 폐사를 줄이는 등 축산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앞으로 마법의 반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현장에 많이 활용돼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허태영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수의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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