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페인트, '그린워싱' 논란 워터칼라플러스 "판매 안 한다"

2025-01-22

환경부 지적 13일 만에 조치... VOCs 논란

환경부 회수 권고... 업계는 '그린워싱' 비판

워터칼라플러스, 사실상 유성 도료 판명

자체 실험 결과 발표에도 논란 여전

수성 도료 강화 30억 투자... 교육 계획 발표

노루페인트가 자동차 보수용 수용성 도료 ‘워터칼라플러스’ 판매를 중단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22년 환경부와 업계가 체결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이하 VOCc) 저감 협약 위반 지적이 나온 지 13일 만이다. 수용성 도료임에도 유성 도료 첨가제를 사용해야만 색상이 제대로 구현된다는 시험 결과가 논란을 키웠고, 환경부는 해당 제품의 전량 회수를 요청했다. 노루는 시장 안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제품 판매 중지와 대규모 개선안을 발표했다.

22일 노루페인트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워터칼라플러스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자동차 보수용 수용성 도료 성능 및 품질 검사에서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량 회수를 권고받았다.

유성페인트는 시너를 희석제로 사용하며, 냄새가 심하고 유해물질이 있지만, 내구성이 강해 주로 건물 외벽, 철재, 목재에 사용돼 왔다. 수성페인트는 물을 희석제로 사용하며 유성과 비교해 냄새와 유해물질이 적고 건조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보수용 도료는 외부 충격 등으로 손상된 차량 부위에 판금 수리 시공을 한 후 그 위에 칠하는 제품이다. 그런데 유성 도료에 포함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문제가 됐다. VOCs는 대기 중에서 오존 등 광화학산화제를 생성하고 광화학스모그를 유발하는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VOSs의 종류에는 벤젠과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이 있다. 벤젠은 저농도일지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근로자의 발암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톨루엔과 에틸벤젠, 크실렌 등도 중추신경 계통의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또한 VOSs 대부분은 악취를 일으키며 인체에 유해한 물질들이다.

그동안 국내 페인트 업계에서는 이러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높은 유성 도료를 주로 제조·판매해 왔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9개 국내 도료 제조사는 2022년 8월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서를 체결했다. 자동차 보수용 도료를 기존 유·수성 도료에서 수성 도료로 전환해 생산하자는 게 골자였다. 위 협약에는 도료 업계 2위 노루페인트도 참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환경부 주최로 이뤄진 수용성 여부 확인 실험이다. 당시 환경부는 노루의 수성용 베이스 코트 워터칼라플러스가 "사실상 유성"이라는 민원에 따라 KIDI(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원),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해당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 결과,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 희석제를 섞을 경우의 색상 편차는 13.7로 나타났다. 편차가 10 이상이면 해당 색상의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맨눈으로 봤을 때도 색상 차이가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얘기다. 차량 보수 후에 색상 구현을 위해 칠하는 제품인 만큼 색상 편차는 0대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워터칼라플러스에 유성 도료와 함께 쓰이는 노루페인트의 유성 수지와 유성 희석제를 섞자, 색상 편차가 0.5로 나타났다. 수용성 도료가 아닌 유성 도료용 첨가제들을 사용해야 정확한 색상이 구현된 것이다.

이에 이달 9일 페인트 업계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자동차 보수용 시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일부 업체의 유성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색상 구현을 위해 마지막에 칠하는 페인트) 판매가 증명됐다. 이번 결과로 노루페인트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회사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통상 수성 제품은 전용 수지나 희석제 등을 묶어서 판매한다. 그래서 이것과 다른 희석제를 쓰면 색상이 재현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노루는 수성 패키지 제품과 별개인 유성 수지 등을 써야 품질이 제대로 구현됐다는 점이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VOCs 함량도 페인트 색상 편차가 0.5일 때 766g/ℓ을 기록했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ℓ)의 3.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환경부와 9개 국내 도료 제조사가 2022년 8월 맺었던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 8조에 의거, 지난해 말 노루페인트에 해당 제품의 전량 회수를 요청했다.

노루페인트는 전날(21일) 평택 포승공장 기술교육원에서 자체 수용성 테스트를 실시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진행했던 시험 환경과 재현 색상 등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게 노루 측 설명이다.

회사는 "페인트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날 현장에는 환경부도 동종 업체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루페인트는 자체 실험 결과,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 희석제를 사용했을 때 색차 값은 0.68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VOCs와 관련해서는 "이미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측정에서 수용성 제품 혼합 시 기준치 이내임을 확인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실험 시편을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보내 재차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노루페인트는 자체 실험 결과와 별개로 해당 제품의 판매는 중지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번 조치가 "자동차 보수용 도료 시장 안정화를 위함"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제품 유통 이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업용 수지 제품의 자동차 보수용 대리점 공급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국 대리점과 공업사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수성 제품 교육도 연내 병행한다.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포승 공장 내 수성 도료 전용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등 30억원을 투자한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시장을 안정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제품을 통해 사용 편의성과 환경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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